스트레스는 원래 물리학 용어다. 고무공을 손가락으로 누를 때 쑥 들어가는 것을 스트레스, 누르는 힘을 스트레서라고 한다.
최근 직장 고혈압이 화제다. 평소에는 멀쩡하던 혈압이 출근만 하면 올라가는 것이다. 고혈압의 원인은 물론 스트레스다.
직장에서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칠 기회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스트레서를 만나면 뇌의 신피질과 변연계는 순간적으로 협의를 시작한다. 신피질은 계산.추리.판단을 하는 이성의 뇌. 반면 변연계는 사랑이나 공포와 같은 감정을 주관하는 뇌다. 이런 상황에서 신피질은 이성적이다.'마음에 들진 않지만 피하는 것은 도리에 맞질 않아'하며 갈등을 겪는다. 이때 변연계가 나선다.' 꼴 보기 싫은 녀석인데 상대하지 말자'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변연계의 이런 주장을 신피질이 받아들이면 그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게 되고 스트레스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가 직장 상사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신피질과 변연계의 갈등은 더 심각해진다.'출세하려면 잘 보여야지'라고 하면,'도망이라도 가고 싶다'고 반발한다. 여기서 신피질이 우세하면 억지웃음과 같은 행동이 나오고, 변연계가 이기면 불쾌한 심사를 드러낸다. 이런 몸 상태가 바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변연계의 불만이 뇌간에 접수되면 뇌간은 부신피질자극 호르몬(CRH)을 방출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두 가지 변화를 일으킨다. 하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 분비다. 코르티솔의 주목적은 포도당 제조. 위기상황에서 도주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만들기 위함이다.
코르티솔은 또 자율신경의 교감신경에 작용한다. 교감신경은 차로 비유하면 액셀러레이터다.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방출해 몸을 흥분(가속화)시킨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혈액이 근육에 몰린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 불필요하게 많이 만들어지는 포도당은 혈당치를 높이고, 수축된 혈관은 혈압을 올린다. 면역력도 저하되고, 정보수집 창구인 뇌의 해마가 위축돼 기억력도 떨어진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감정에 충실한 변연계를 달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감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후각을 통해 좋은 향기를 맡거나, 평온한 음악을 듣는 일이다. 영화를 보거나 그림 또는 자연을 감상하는 시각적 행동도 도움을 준다. 침실에 라벤더 향을 피우고, 조용한 음악세계에 빠져보자.
신피질이 강화된 상태에선 적당한 양의 알코올도 효과가 있다. 신피질의 이성을 마비시켜 변연계로 하여금 마음껏 해방감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운동 역시 변연계를 어루만지는 좋은 방법이다.
비타민 C도 권장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소모되는 것이 비타민 C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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