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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중앙]못 믿을 유전자 검사 많다 |
한 곳선 "골다공증 위험" 다른 곳선 "걱정 없어"
검증 안 된 질환 예측, DNA 궁합까지
민간기관 난립 무분별 '과대 포장 장사'
"○○○님의 골다공증 관련 유전자 검사 결과 골다공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유전자 검사업체 A사)
"○○○님은 유전적으로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습니다."(유전자 검사업체 B사)
본지 취재진은 최근 유전자 검사업체 두 곳에서 검사를 한 뒤 이해하기 어려운 검사결과를 받았다. 동일한 사람의 유전자로 검사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표적 생명공학기술인 유전자 검사가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용도에까지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사의 의뢰를 받지 않고 질병 관련 검사를 하는 등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검사결과도 믿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박모(42)씨는 한동안 자신이 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지냈다. 지난해 12월 동네 내과의 권유로 해 본 유전자 검사 때문이다. 80여만원을 들여 50여 가지 암 관련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결과는 "대장이나 췌장, 담도 등 소화기에 전암(암의 전단계) 병변이나 미세 잠복암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매년 유전자 검사를 받아 보라"는 것이었다.
박씨는 올 3월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의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당시 박씨를 진료했던 성균관대 의대 김종원(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박씨가 받은 유전자 검사의 상당수는 아직 연구논문에서 암과 연관성이 거론되고 있는 수준인 것에 불과하고 박씨의 현재 건강상태로 볼 때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설명해 줬다"고 말했다.
일부 유전자 검사기관들은 "질환 발생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재능.기질.체질.학습능력 등도 알 수 있다"며 아직 의료계나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유전자 검사를 해 주고 수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고 있다. 심지어는 DNA로 궁합을 봐준다는 곳까지 있다. 중소 결혼정보업체인 C사는 홈페이지에 올린 VIP회원 자격 가운데 'DNA 유전자 검사결과 우수자'라는 조건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9월 말까지 신고필증을 교부한 민간 유전자 검사기관은 대학병원이나 연구소 등을 포함해 모두 133곳에 이른다. 이 중 30여 곳은 유전자 검사가 주요 수입원이다. 국가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전자 검사가 연간 3만~4만 건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이 시행하는 검사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 검사기관은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관리가 매우 허술하다. 유전자 검사와 관련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검사업체나 검사결과의 정확성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안 된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검사업체들은 전공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자신들이 8~32시간의 교육을 한 뒤 '유전자 상담사'라는 자격증을 남발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검사 항목이나 결과에 대한 기본상담을 하는 동시에 영업사원 역할까지 한다.
정부는 최근 유전자 검사의 정확성과 적정성 등을 평가할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을 설립했다. 복지부의 김헌주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일부 오.남용이 우려되는 유전자 검사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사업체들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세계의 유전자 검사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고종관.김정수.강승민 기자,오혜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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