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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조선]관절이 아픈데 뛰어도 괜찮을까요? |
웰빙 바람이 불면서 조깅, 트레드밀 등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저희 집 앞 성내천에 나가보면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달리는 사람들로 조깅로가 비좁을 지경입니다. 불을 대낮같이 환하게 밝힌 헬스장에서 일렬로 늘어서서 트레드밀을 하는 장면은 이제 시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밤 풍경’이 됐습니다. 요즘 케이블 TV 쇼핑채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도 바로 트레드밀이라고 합니다. 10년 넘게 건강기자로 일하면서 이 같은 ‘달리기 붐’ 조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흐뭇합니다.
달리기 인구의 폭증 때문인지, 무릎이 아프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자주 듣습니다. 얼마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제 아내도 무릎이 아프다고 툴툴 댑니다. 사실 어렵게 결심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얼마 못 가 무릎이 시큰시큰 뻐근하게 아파오면 고민과 갈등에 휩싸이게 됩니다. “차라리 뛰지 말고 속보(速步)를 할까”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에게 저는 “웬만하면 계속 뛰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사실 사람마다 사정이 다 다른데, “뛰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돌팔이’가 어떻게 답할 수 있겠습니까. 하는 수 없이 정형외과·스포츠의학 전문의들에게 취재를 했고, 그때부터 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특별한 문제(병)가 없고, 단지 관절이 조금 아픈 정도라면 계속 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관절을 걱정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19세기까지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채 50도 안됐습니다. 과거엔 40대 중반만 넘으면 손주를 보고 영감 행세했기 때문에 관절의 약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평균 수명이 과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암 등 특별한 병이 없으면 기본으로 80을 살아야 합니다. 마치 자동차 부품을 갈아 끼우듯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사람이 주위에 얼마나 많습니까.
따라서 이젠 관절도 아껴 써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껴 써야 한다니까 “그러면 뛰지 말아야겠네”라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여기서 아낀다는 말은 쓰지 않고 내버려 둔다는 게 아니라 현명하게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기계도 쓰지 않고 내버려 두면 녹이 슬듯, 관절도 적당한 자극(운동)이 있어야 피 순환이 촉진돼 더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가벼운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가벼운 달리기를 권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달리기를 하면서 관절도 보호할 수 있을까요.
관절에 가장 큰 충격을 주는 것은 체중입니다. 뚱뚱한 사람은 체중 자체가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뛰지 않더라도 관절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관절염 또는 관절 손상 등과 같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달리기를 할 때 무릎이 많이 아프다면 체중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소식 등 체중조절을 하면서 달리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십중팔구는 “그렇다면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살을 뺀 뒤 달리기를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습니까. 살을 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달리기 입니다. 약간의 무리를 감수하고 뛰다 보면 살도 빠지고 관절의 통증이나 불편함도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입니다.
자신의 발에 맞는, 쿠션 좋은 런닝화를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마라톤 붐이 불면서 가벼운 마라톤화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피드를 최대화하기 위해 초 경량으로 제작된 마라톤화는 쿠션이 거의 없어 보통 사람들에겐 적당하지 않습니다. 런닝화를 선택할 땐 가벼운 신발보다 다소 무겁더라도 쿠션이 좋은 것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만약 발이 평발이거나, 발바닥 아치(움푹 들어간 부분)가 지나치게 높으면 발 부상 위험이 큽니다. 이런 분은 발 모양을 보완해 주는 특수 런닝화를 구입해야 합니다. 런닝화는 가급적 약간 큰 것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오래 동안 달리기를 하다 보면 발이 붓고, 마찰 때문에 발톱에 멍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뻔한 얘기지만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는 것도 무릎 충격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양 손을 무릎에 대고 무릎을 천천히 돌려주는 동작이나, 등을 바르게 펴고 무릎을 천천히 구부려 기마 자세를 취하는 등의 동작은 특히 무릎 관절에 좋습니다. 하체의 근력운동도 필요합니다. 의사들이 관절염 환자에게 관절염 부위의 운동을 권유하는 것은 관절 자체를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관절 주위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편 달리기를 할 때는 아스팔트 도로보다 가급적 학교 운동장이나 쿠션이 있는 조깅로에서 뛰는 게 좋습니다. 또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곳에서 뛰다 보면 심장에 무리가 가고, 관절 부상 가능성도 커지므로 처음엔 평탄한 곳이 좋습니다. 달리기 시간이나 속도에 너무 집착해서 무리하지 말아야 하며, 단계적으로 늘려 나가는 게 좋습니다.
매일 뛰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피곤하고 잠이 부족한데도 억지로 일어나 조깅복을 갈아 입는 사람도 많은데, 이 경우엔 운동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달리기 위해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해 뛸까 말까 망설여 진다면 차라리 고민하지 말고 푹 자라고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또 너무 지나친 운동도 몸에 좋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운동을 많이 하면 유해산소(free radical)란 물질이 생성돼 세포에 상처를 주고,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의학자들은 매일 뛰지 말고, 1주일에 3~4번을 권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한번 달려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몸이 건강하고 힘이 넘쳐야 일도 의욕적으로 할 수 있고, 생활에도 활력이 넘치는 법입니다.
/임호준기자 imho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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