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데 오진 잦고 되레 병 얻고…건강검진 불만 끓는다
유방에서 시작된 암이 온 몸에 퍼져 최근 숨진 B씨(28·여)는 검진기관에서 영문 의학용어로 유방암 검진결과를 통보해오는 바람에 이를 이해하지 못해 정밀 검사 및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쳤다. 최근 항문암 3기로 수술도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은 P씨는 6개월 전 종합검진을 받았으나 검진기관에서 발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건강검진에서 위염을 위암으로 오진하는 바람에 멀쩡한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 병·의원에서 종합건강검진(건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검진비에 대한 불만과 획일적인 검사에 의한 오진,심지어 검사 도중 다른 병을 얻었다는 불평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소보원)이 2001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최근 5년간 접수된 건진 관련 소비자 불만 322건을 1일 분석한 결과 검진비용에 관한 불만이 10건 중 3∼4건(35.1%)에 이를 만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건진관련 소비자 불만 유형은 오진이 19.5%,의료사고가 9.3%,검진기관 폐업이 6.3%에 이르는 것으로 각각 분석됐다.
최근 5년간 소보원에 접수된 건진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2001년 60건,2002년 76건,2003년 53건,2004년 67건,2005년 66건이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간 합의에 실패,소보원측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례여서 실제 건강검진관련 불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진비와 관련된 불만은 개인사정으로 예약일에 건진을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계약금 환불을 거절당한 경우 외에 특정 검사를 일방적으로 시행한 뒤 옵션검사비를 부당하게 달라거나 무료인 줄 알았는데 추가비용을 요구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오진과 관련된 불만은 질병이 있는데 없다고 하거나,질병이 없는데 있다고 해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한 경우다. 이밖에 당초 기본검사에 들어 있었던 항목을 누락했거나,반대로 검사항목에도 없는 검사결과가 산출된 경우,검사결과를 잘못 통보한 경우 등 병·의원측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진 이용자들의 이같은 불만은 국내 병·의원들이 건진사업을 수익성 높은 비보험급여 ‘상품’으로 여기면서도 검사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제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건진 프로그램을 통해 선별할 수 있는 질환이 매우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이용자들의 개인차와 질병 발생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70∼100여가지의 검사를 획일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상혁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비용대비 편익을 고려한 표준검사항목 개발은 물론 검사결과 통보방식 개선,건진기관 평가정보 공개 등 건진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임으로써 이용자의 불만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주요 대학병원의 건진 이용자수는 강북삼성병원이 4만6368명으로 가장 많았고,이어 서울아산병원 3만9275명,삼성서울병원 3만5875명,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3만1216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기수 전문기자 kslee@kmib.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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