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흐릿하게 살아야 하는 어린이 약시, 그 대책은?
엄마가 안과주치의가 돼 주세요~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동들의 시력발달은 과연 어떨까? 한국실명예방재단이 2005년 전국의 유아원과 어린이집, 유치원(서울)에 다니는 취학 전 어린이(만 3~6세) 47만1067명을 대상으로 눈 검진을 실시한 결과, 3천 여명이 안과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굴절이상이 223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약시가 543명, 사시 251명 등 총 2972명의 어린이가 각종 안과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재단이 최근 6년 동안(2000년~2005년) 실시한 어린이 눈 검진의 결과에 따르면 치료시기가 중요한 약시는 해마다 500명 가량씩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평생 시력을 좌우하는 어린이 약시
이번 조사에서 약시 어린이를 둔 부모들은 시력검사를 하기 전에는 약시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들의 눈망울은 맑고 투명해서 시력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만 1세에는 시력 0.2, 3세가 되면 0.5 이상이 되며 만 6세가 되야 비로소 성인의 눈과 같게 된다. 특히 시력의 발달은 만3~6세 사이의 유아기 때 활발하게 이뤄지므로, 이 때 눈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평생의 시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한창 성장해야 할 어린이의 눈 발달을 지연시키는 약시는 자칫 발견이 늦으면 치료도 쉽지않아 눈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약시는 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시력 발달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긴다. 사시, 굴절이상, 그리고 백내장 등의 질환이 약시의 주요 원인이다. 대개 한 눈은 대개 정상적인 시력으로 발달하고 다른 눈이 약시가 되는 경우가 많으나, 굴절이상이 양쪽 눈 모두 심한 경우에는 두 눈이 모두 약시가 될 수도 있다. 양쪽 눈의 굴절력 차이가 나는 굴절이상의 경우에도 좋은 쪽 눈만 사용하다 보면 부등시성 약시가 되기 쉽다. 녹내장, 눈 속의 염증과 혼탁 등의 질환에 의한 약시는 유전에 의한 경우가 많다.
원인에 따라 수술이나 가림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가림치료는 그 동안 잘 쓰지 않았던 눈을 강제적으로 사용하도록 잘 보이는 쪽 눈을 가려주는 치료법이다. 잘 보이지 않는 눈을 사용해야 하므로 아이들이 매우 답답해하며 치료 기간 또한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모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약시는 조기발견이 최고의 예방이 될 수 있다. 울산의대 안과 임현택 교수는 “약시는 시각기능이 발달하는 기간인 만 6세 전에 치료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림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이 가능한 만 3세가 되면 정기적으로 시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숫자 모르는 아이, 안과 가기 힘들 땐 엄마가 시력검사
숫자나 글자를 잘 모르는 아이를 데리고 시력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기는 힘든 일이다. 게다가 아이가 병원에 가기를 무서워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럴 땐 집에서 ‘가정용 자가시력검진도구’를 이용해 부모가 직접 간단한 시력검사를 해주는 것이 좋다.
‘가정용 자가시력검진도구’는 소아안과 전문의들의 자문을 통해 한국실명예방재단이 개발한 것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으로 구성돼 있어 숫자나 글자를 몰라도 놀이처럼 시력검사를 할 수 있다. 검사결과 안질환이 의심되는 아이들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2차 시력검사를 실시한다.
한국실명예방재단 신경환 회장은 “아이들의 눈 건강은 부모의 작은 관심으로 지킬 수 있다”며 “1년에 한번씩 ‘가정용 자가시력검진도구’를 이용해 아이의 시력을 검사하고 평소 아이들이 눈을 찌푸리거나 산만한 경우, 계단과 책 읽기를 싫어할 때에는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정용 자가시력검진도구’ 란?
소아안과 전문의들의 자문을 통해 한국실명예방재단이 개발한 ‘가정용 자가시력검진도구’는 설문지와 그림 시력표로 구성돼 있다. 그림 시력표에는 자동차, 오리, 비행기, 나비, 물고기 등 5개의 그림으로 구성돼 숫자를 모르는 유아들도 시력검사가 가능하다. 실명예방재단에서는 이 검진도구를 전국의 보건소와 서울시교육청 등을 통해 3월부터 전국의 유아원과 어린이집, 유치원(서울)에 다니는 취학 전 어린이 60만명을 대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가까운 보건소나 어린이집ㆍ유치원(서울)에 문의하면 받을 수 있으며, 검진도구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를 보건소로 보내면 무료로 2차 시력검진을 실시한다. 그 결과 안질환이 의심되는 유아들에게는 안과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것인지도 상담해 준다.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시력검사 방법
준비물 : 티슈, 테이프(반창고), 그림 시력표
준비 - 그림시력표를 점선에 따라 한 장씩 떼놓는다.
- 밝은 방에서 검사해야 한다.
연습 아이에게 연습용 그림 시력표를 보이고 한 장씩 그림의 이름을 아는지 확인하고 가르쳐 준다.
(자동차라든지 ‘빵빵’이라든지 아이 수준에 맞추어서 부르기 편하게 한다.)
검사 - 먼저 왼쪽 눈을 휴지로 가리고 반창고를 붙여서 틈이 없게 한다. (이때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
- 어린이와 3m 떨어져서 검사용 그림 시력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한 장씩 보이고 무슨 그림인지 물어본다
- 정확히 맞히면 조사지에 O표를 한다. 오른쪽이 다 끝나면 왼쪽 눈도 검사한다.
도움말 = 한국실명예방재단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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