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청와대 고위 공무원의 아내 살해 사건, 전교조 교사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 경찰의 여경 성추행 사건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잇달아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사회에서 도덕적 권위를 지닌 인물이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충동 조절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이다. 누구보다도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인물이 놀랍게도 정반대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해버린 것이다.
지난해 호주에서 승승장구하던 젊은 야당총재 존 브로그덴이 술자리에서 여기자의 엉덩이를 만지며 하룻밤을 같이 지내자고 말한 것이 드러나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몰락한 일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실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처럼 도덕성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인류가 사회와 문명을 일구고 살아온 이래 끊임없이 제기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본능 혹은 충동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놀랍게 진화해 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동물적 부분과 문명적 부분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이질적으로 결합된 채 놓여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의 한계점이 최근 우리사회 곳곳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충동폭발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함께 사회를 이루고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법’이라는 상징체계다. 그것은 명문화된 법률뿐만 아니라 관습과 도덕의 형태로 사회전체에 작동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은 도덕과 법 상징체계가 순간적으로 작동능력을 상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근래에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의 법 상징체계가 급격하게 변화되는 과도기적 혼란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혼란은 먼저 가정에서 출발했다. ‘아버지의 법’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제에서 급격하게 ‘어머니의 법’이 강화되는 여권(女權)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가정의 법’은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의 법은 힘을 상실해가고 있는 반면에 새로운 법은 아직 충분히 힘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도기에는 필연적으로 빈틈 혹은 구멍이 생기게 되는데 바로 이곳으로 과거 억제해 왔던 본능적 충동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폭발하고 만다. 이 같은 사건 대부분이 가해자가 남자이며 우월적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비춰보면 ‘충동폭발 증후군’은 일종의 가부장제 권위의 파편들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불안정한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개인 또는 집단 간의 갈등 해소와 충동 조절에 대한 심리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와 직장 교육 등을 통해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인식시키는 한편 타인과 다른 직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미국처럼 불안정 심리 상태의 개인이나 조직 구성원은 쉽게 정신과 의사나 심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신 지지(支持) 시스템’을 우리 사회도 이제 갖춰가야 한다.
백상빈·울산대의대 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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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조선]충동 범죄 잇따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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