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은 행복하신지요. 만일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늘 불행하다면 한번쯤 자신의 뇌를 점검해보시면 어떨까 요. 수천 가닥의 전선이 꼬인 채 뒤엉킨 과부하 상태는 아닌지 확인해보자는 것입니다.
'진화=뇌 용적의 증가'란 등식 그대로 현대인의 뇌는 많은 일을 처리합니다. 세속적 출세나 인격의 함양은 물론 밥을 먹을지, 국수를 먹을지도 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의식하진 못하지만 뇌는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뇌가 혹사당하면서 나타나는 증세가 바로 근심과 불안.초조 등 노이로제입니다. 해답은 휴식에 있습니다. 저는 '사고 스톱'이란 심리학적 방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골치 아픈 걱정거리가 떠오를 때마다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하자는 것입니다. 걱정과 불안은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동을 걸지 않으면 온종일 의식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성적으로 뾰족한 해결수단이 없다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정답입니다. 생각이 나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도 습관이며 습관은 반복과 훈련을 통해 개선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방에 조그만 먼지만 떨어져도 못 참는 강박장애 환자의 경우 먼지를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날 때마다 스스로 '사고 스톱'을 외치며 다른 생각을 하도록 합니다. 사별이나 실연.이혼 등 고통도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즐거운 다른 생각으로 대체하도록 애써 노력해야 합니다.
'사고 스톱'을 통한 뇌의 휴식은 판단력과 창조력의 향상에도 도움을 줍니다. 실제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최근'좋은 자동차를 고르려면 고민을 접고 무의식에 맡기는 게 좋다'는 네덜란드 연구진의 실험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4종의 자동차에 대해 연비와 내부공간 등 네 가지 항목만 적힌 설명서를 주고 퍼즐게임 등 휴식을 취하게 한 그룹과 12가지 항목이 적힌 설명서를 주고 복잡하게 따지도록 한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전자에서 오히려 좋은 제품을 고를 확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역시 어려운 과제가 생길 때마다 치열하게 고민한 뒤 일부러 하루 이틀 아무 생각 없이 빈둥거리다 보면 '반짝'하고 창조적인 해결수단이 떠오르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대뇌피질이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라면 의식은 램(RAM)입니다. 램을 장악하고 있는 불필요한 걱정거리들을 죄다 쓸어버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대뇌피질은 무의식이란 하드디스크 속을 뒤져 최상의 모범답안을 내놓게 될 것입니다. 머릿속 잡동사니들을 청소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뇌의 휴식입니다.
제 목 : [중앙]뇌도 휴식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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