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운전 중에 지나치게 화를 내는 사람은 정신병원으로 실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도로 위에서 다른 운전자들의 운전 솜씨에 욱한 나머지 그 차를 향해 깜박이를 마구 켜대거나 경적을 울린 적은 없는가. 혹은 그러한 일을 당한 적은 없는가.
운전 중의 짜증이나 분노를 일컫는 '로드 레이지(Road Rage)'가 평범한 일상에서 어쩌다 한번씩 터뜨리는 일시적인 분노라 생각되겠지만 이것이 바로 '간헐성 폭발 장애(IED)'의 증상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그 수가 1천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AP통신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에밀 코카로 시카고의대 정신과 학장은 "사람들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태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정작 그러한 행동에 생물과학, 인지과학 등이 연관돼 있다는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로드 레이지와 같은 분노 표출은 주로 화를 억누르지 못해 물건을 던지거나 깨부수고 심지어 배우자를 학대하는 등의 행위로 대표되며 종종 정신장애로 간주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행위 혹은 장애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IED는 종종 위협이나 공격적인 행위, 재산 피해 등을 나타내며 보통 사춘기 때 처음 그 증상이 나타나는데 연구에 따르면 초기 시도는 평균 14세이다.
미국 전역 인구 샘플조사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9천282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가정신건강연구기관의 지원아래 실시됐다. 그 결과 약 5~7%가 이러한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미국인 1천600만명에 달하는 수치라고 통신은 전했다.
코카로 교수는 "이 수치는 정신분열증이나 이중인격 등 잘 알려진 정신장애보다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또한 한 사람당 일생에 걸쳐 받는 공격 횟수는 평균 43번, 재산 피해는 인당 평균 1천359달러 정도, 최근 공격으로 고생한 사람도 약 4%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널드 케슬러 하버드의대 건강관리정책 교수는 "이는 이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일반적인 병이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코카로 교수는 이 병이 "기분을 조절하고 행동에 관여하는 두뇌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의 생성과 기능이 부적절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항우울제 투여나 분노를 조절하는 행동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IED를 겪는 대부분이 다른 감정장애를 복합적으로 겪고 있거나 마약, 알콜 중독 등의 문제가 있으며 혹은 그러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그 중 28%만이 분노 조절에 대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데이비드 파슬러 버몬트대학 정신과 교수는 "이러한 장애는 유년기나 사춘기에 시작된 장애와 관련있으며 종종 사람의 전생애에 걸쳐 그 충격이 지속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니퍼 하트스테인 뉴욕 몬테피오레의료센터 정신과 의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이 질병을 겪고 있는 16세 소년을 회상했다.
하트스테인 의사는 "그는 평상시에는 매우 상냥하고 조용하며 책임감있는 소년"이라며 "그러나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그의 방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화를 분출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물건을 집어던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의 부모는 경찰까지 불렀다고 한다.
하트스테인 의사는 "이러한 연구가 중요한 까닭은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음에도 자신이 겪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김주경기자 rina@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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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아시아 경제]운전하다 화 내는 것도 정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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