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내 에어컨으로 인한 감기, 오한 등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목소리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여름철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기로 인한 갑작스런 기온 변화로 목소리 근육이 경직되거나, 냉방기로부터 나오는 미세먼지와 곰팡이 등으로 성대가 부어(성대부종) 목소리가 가라앉거나, 쉰 목소리,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증상이다.
주로 에어컨이 잘 나오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쉽게 볼 수 있는데, 자칫 감기 등과 오인하여 방치해 두었다가는 성대에 결절, 종양(폴립)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올 여름 목소리 냉방병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건조한 공기, 곰팡이 균은 성대부종으로 가는 지름길=보험 상담업무를 주로 하는 이모(29·여)씨는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던 중, 오후 거래처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갑자기 뜻하지 않게 이상한 목소리가 나와 당황했다.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어 보았지만 제 목소리로 돌아오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쉰 목소리가 나오고 목소리가 자주 끊어져 나왔다. 심지어 목에 따끔따끔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목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의 특성상 여러 번 있는 일이라 물을 한잔 마시고 업무를 진행했지만, 목소리가 갈라지고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나 결국 더 이상 업무를 할 수가 없었다.
이씨의 목소리가 샌 원인은 바로 과도한 냉방시설 때문이다.
실내외 온도의 급격한 변화는 근육의 경직을 가져와 성대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인체는 일상적인 온도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하지만 5도 이상의 급격한 변화가 반복되면 조절능력을 상실해 면역력을 읽게 된다. 때문에 감기 바이러스나 각종 유해한 세균들에 대처할 힘을 잃게 된다.
성대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에어컨들은 제습기능을 지원하고 있어 고온의 끈끈한 무더위로부터 쾌적한 실내를 만들어 주지만 지나친 사용은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만든다. 건조한 실내는 성대를 마르게 하고 이는 성대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음성은 성대가 진동하면서 발생하는데 성대의 점막이 항상 촉촉하지 않을 경우 진동으로 인한 충격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성대가 마른 상태에서 억지로 목소리를 내다 보면 성대 점막에 자극을 주고 이로 인해 성대가 붓는 성대부종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공공장소에 설치된 냉방기구에는 관리가 소홀해 각종 세균, 미세먼지, 곰팡이균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또한 성대와 맞닿을 경우 성대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성대부종은 대개 20대 후반부터 나타난다. 무조건 누구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특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데 여성들에게 주로 볼 수 있다.
3∼10세 정도의 소아들도 급격한 변화차이로 인해 자주 성대부종이 나타난다.
소아들은 특히 목의 근육이 약하고, 성대도 발달이 덜 된 상태로 작은 환경변화에도 쉽게 성대 손상이 오게 된다. 소아들은 목이 불편할 때 말을 삼가는 방법을 쓸 줄을 모르고 불편함을 더욱 강한 소리 내는 것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성대 손상이 더욱 심하게 올 수 있어서 부모의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성대부종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성대가 부어서 쉰 목소리가 나오거나 가라앉고 따끔거리는 통증은 일상생활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정상인이라면 관리만 잘해주면 증상이 곧 나아진다.
하지만 부종 증상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목소리를 사용하거나, 특히 직업상 계속해서 성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작은 도토리만한 염증이 생기거나(결절), 비교적 큰 종양(폴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성전문치료기관 프라나이비인후과의 안철민원장은 “이러한 증상을 앓고 있을 때, 여름철 냉방기에 의해 더욱 건조해진 환경에 노출될 경우 다시 성대부종으로 이어지고, 결절이나 폴립이 성대접촉을 방해해 결국 소리 내는 느낌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심하면 실제 목소리가 나지 않고 더 할 경우 전신마취 수술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내외 온도차를 줄여라=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목소리 냉방병의 예방은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올바른 사용이 중요하다.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냉방기구를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일반 에어컨의 경우 1시간 이상 가동하면 실내 습도가 30-40% 수준으로 내려간다. 장마철이나 습기가 많은 지하실의 경우 습도가 8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낮은 수치다.
습도가 낮으면 실내가 건조해지고 이로 인해 목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에어컨은 1시간에 한번씩 전원을 끄고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적당한 실내 온도는 24∼28℃, 습도는 50∼60% 정도다.
◇정기적인 냉방기 관리는 필수!=에어컨은 정기적 관리가 중요하다. 곰팡이로 인한 알레르기가 유발되어 감기에 걸리거나, 에어컨 세균인 레지오넬라균이 등이 성대를 자극할 수 있다. 실내 구석구석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습한 환경들은 평소에 깨끗이 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에어컨을 더 세게 트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의하고, 에어컨을 오래 켜두는 대신 녹차 찌꺼기를 말려 장롱 귀퉁이 등에 걸어두면 습기는 물론 냄새 흡수 효과도 뛰어나다.
에어컨을 처음 켰을 때, 더운 바람이 나온다면 창문을 잠시 열어둔다. 대부분의 에어컨은 애초 생산될 때부터 작동 후 3분 가량 경과된 후 냉방이 되도록 제작된다. 냉방이 시작되기까지의 3분 동안 에어컨 먼지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다.
◇차량 에어컨 관리도 하자=차량 에어컨의 경우 차 안의 공간이 좁기 때문에 장시간 급속냉방을 하면 습도가 급속히 낮아진다. 에어컨을 처음 켤 때 풍량모드를 3-4단에 맞추고 2-3분 후 1-2단으로 낮추는 것이 좋다. 햇볕이 좋은 날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끈 상태서 2-3단으로 송풍팬을 작동시키는 것도 효과가 있다. 에어컨에 낀 미세 먼지와 악취 등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풍기 바람도 안심할 수 없어=선풍기의 경우도 마찬가지. 밤새 틀면, 특히 얼굴에 바로 대고 틀면 건조한 공기가 바로 성대로 들어가 성대부종을 만들 수도 있고, 코에도 부종을 만들어 코막힘이 나타나게 해서 결국 구강호흡을 하도록 해서 다시 성대부종을 만든다.
또 지속적인 마른 공기를 쐬게 되면 호흡기질환이 오게 되서 비강염증, 성대염증으로 이환 되어 심각한 성대질환을 가져올 수 있다. 잠을 잘 때는 선풍기를 20-30분 정도만 틀고 반드시 회전을 시켜 공기가 순환될 수 있도록 한다.
◇평소 목소리 관리가 중요=건강한 성대를 유지하게 위해서는 평소 관리도 중요하다. 항상 촉촉한 성대의 점막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2리터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게 좋고 목이 건조해져 소리가 잘 나지 않을 때는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좋다.
담배는 성대를 건조하게 하고 점막에 염증도 일으킨다. 술의 알코올 성분이나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 탄산 음료나 초콜릿도 성대를 건조하게 하거나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TIP-------------------
#목소리 냉방병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냉방시설에 하루 종일 노출되어 있는 경우 다음 질문 중 3문항 이상에 해당되면 냉방병으로 인한 성대 부종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1. 목이 컬컬하다. ( )
2. 자꾸 기침을 하고 싶다.( )
3. 가래가 끓는다.( )
4. 목 안이 건조하게 느껴진다.( )
5.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잦은 헛기침을 한다.( )
6. 조금만 목소리를 내도 목이 금방 쉰다.( )
7. 주변에서 목소리가 변했다고 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
8. 한기를 자주 느낀다.( )
9. 코가 자주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
10. 콧물, 재채기가 나거나 목 뒤로 분비물이 넘어가는 느낌이 있다.( )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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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국민]목소리에도 냉방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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