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이 없으면서도 검붉은 설사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대장암 증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서둘러 전문의를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 대장암은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부터 발생빈도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암으로 장기간에 걸친 육류의 섭취가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성균관의대 일반외과 박동일 교수는 “대장암의 초기증세인 설사는 그 원인을 음식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으며 질병이 악화된 후에야 발견돼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설사를 오래하다 보면 항문통증도 뒤따르게 되는데 이때는 치질로 오인, 진단에 애를 먹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초기에는 설사없는 무증상인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박교수는 육류, 특히 붉은 살코기와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가 대장암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즉, 붉은 고기를 뜨겁게 조리하면 고기 안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야채나 곡류를 먹는 사람에 비해 대변량이 적고 횟수도 줄어든다.
이는 육류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이 대변 내에 좀더 농축된 상태로 존재하게 만드는 데다 대장점막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 암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또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담즙산을 많이 분비하게 되는데 이 또한 대장의 세포를 암세포로 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들로 간혹 대장암 환자 중에는 치료를 받으면서 채식이나 생식만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았다.
식습관에 의한 암발생은 단기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5년에서 20여년 동안 자극이 반복돼 나타난다. 따라서 극단적인 식이요법이 암의 재발이나 진행을 막는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영양 불균형으로 치료에 따른 부작용만 가중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술이나 담배는 물론 비만, 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식습관이나 유전적인 요인도 대장암 발생에 관여한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암이 조금씩 진행될수록 그 위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나타나므로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우측 대장암은 대변에 적은 양의 피가 섞여 나올 수 있지만 육안으로 알 수 있는 정도의 양은 아니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그동안의 축적된 출혈로 인해 빈혈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암 덩어리가 커져 오른쪽 배에서 딱딱한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좌측 대장암은 변비, 설사가 반복되는 등 배변습관에 변화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직장암은 항문과 가까우므로 비교적 초기에도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치질의 경우 선홍색의 맑은 피가 나오는 데 비해 대장암은 진하고 검다. 더 진행되면 대변 굵기가 가늘어지고 대변보기가 힘들어지며 골반통이 동반된다. 서구에서는 우측 대장암이 많고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암과 좌측 대장암이 많다.
대장암은 대변검사, 대장 내시경검사, 직장 내시경검사, 대장조영술, 복부 CT촬영 등으로 진단한다. 대장암은 대장용종이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전체 대장암의 80%를 차지하고 약 20%에서는 대장암으로 바로 발생하는 경우다. 따라서 대장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50세 이상에서는 5~10년에 한번, 가족 중 대장암환자가 있는 경우는 40세부터 5~10년에 한번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대장암의 조기진단에 도움이 된다.
치료은 수술적 치료,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으로 최근에 대장암의 치료성적이 대단히 좋아졌다. 따라서 대장암이 발견된 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식생활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원인이 되는 육류 등의 섭취를 줄이면서 지나친 당분, 굽거나 튀긴 음식 등은 가능한 한 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 역시 줄이면서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암협회는 대장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40세부터는 ▲1년에 한번씩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가의 유무를 알 수 있는 대변검사를 실시하고 ▲대장암이 잘 생기는 직장에 의사가 손가락을 넣어 검사해볼 것 ▲2~3년에 한번씩 하부대장에 내시경검사를 실시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준규기자 jk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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