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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조선]귀, 후비지 말고 말려라 |
연일 계속되는 가마솥 더위에 산보다는 수영장이나 바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마냥 즐겁다고 건강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포도상구균과 같은 세균이 침입해 염증이 생기는 외이도(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길) 병을 주의하자.
외이도병은 초기에 귀 점막이 붓고 진물이 흐르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수면장애, 식사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귀지가 심한 사람이 해수욕이나 수영 뒤에 포도상구균이나 연쇄구균에 잘 감염되므로 외이도염을 일명 ‘수영자 귀(swimmer's ear)’라고 부르기도 한다.
샤워나 머리를 감다가, 또는 수영을 하다가 귓구멍에 물이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물은 빠져 나오게 되지만 일부 남아 있는 물로 인해 습기가 차고 모공, 땀샘, 피지선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외이도 병의 시작이다.
정상적으로 외이도는 산도가 높아 세균에 저항력이 있으나, 불결한 귀이개나 성냥으로 귀를 후벼서 외이도에 손상을 입거나, 중이염으로 진물이 있거나, 귀지가 있는 사람이 수영을 한 후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처치를 잘못한 경우 발생한다.
면봉이나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다가 세균감염이 될 경우에 심한 가려움증과 통증, 진물 등이 생기며 귀가 멍멍하게 된다. 심한 경우는 피가 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외이도가 가렵고 약간의 동통이 있으나, 후에는 심한 동통이 발생한다. 가려움으로 귀를 후비게 되면 외이도가 더욱 붓게 되며 또 염증이 생겨 증상이 더욱 나쁘게 된다. 염증이 심해지면 악취가 나는 농성 진물이 나며 청력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 대부분 외래 치료와 투약으로 약 일주일 정도면 가라앉게 된다. 세균감염에 의해 농양(곪는 것)이 생길 수도 있고(이런 상태를 "이절"이라 한다) 그럴 경우에 통증이 심하며 곪은 부위를 절개해서 고름을 빼야 하는 심한 경우도 생긴다.
가려움증은 외이도염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가려워 긁다보면 일단 감소되지만 상처가 나고 염증이 심해져 증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증세를 더욱 심하게 하여 계속 귀를 만지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외이도염이 악화되어 내측, 즉 고막 가까이까지 퍼지면 골막에 압력을 가하게 되어 통증이 유발된다. 이때 외이도를 관찰해 보면 발적과 종창이 있고 귀바퀴를 잡아당기면 아파하며 심한 경우 진물이 나오게 되기도 한다. 그 외에 난청, 발열 등이 있으며 통증은 경한 불쾌감으로부터 심한 박동성 통증까지 다양하다.
외이도염의 치료는 세심한 외이도의 치료와 항생제, 소염제 등의 병합투여요법을 사용하며 고름에서의 세균배양검사를 통해 원인세균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한다. 농양(고름주머니)이 형성된 경우에는 절개하여 고름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때 외이도의 청소는 반드시 이비인후과 의사에 의해 조심스럽게 행해져야 하며 본인이 손수 깨끗이 한다고 만지는 경우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급성 외이도염은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 치료를 하는 경우 치료기간이 단축되며 환자의 고통도 적어지므로 의심이 되는 경우 조기에 이비인후과적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를 복용하고 외이도를 깨끗이 청소하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바로 좋아지지만 당뇨병을 갖고 있는 고령자들은 이 병이 악화돼 간혹 생명을 위협받는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외이도염에서 전신적 면역기능의 저하가 있는 환자의 경우 병발성 외이도염이나 악성 외이도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악성 외이도염은 특히 당뇨병이나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발생하기 쉬우며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심한 통증을 동반하게 된다. 악성 외이도염은 대부분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하고 간혹 생명을 위협하는 중요한 외이도염 이다. 외이도염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히 수영을 자주 하는 경우에는 귀마개를 권하기도 한다. 귀마개로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질의 귀마개를 적당히 선택할 수 있으며 간단하게 비흡수성 솜(이불솜)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귀지는 라이조자임 물질을 만들어 세균으로부터 방어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놀이나 샤워 후 귓속을 후비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귓속 물기 제거는 드라이어나 선풍기를 이용해 건조시키는 것이 좋고, 코를 풀 때도 입을 벌리고 한 쪽씩 풀어야 물놀이 후 귓병을 예방할 수 있다. 물놀이 후 귓병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만 하면 쉽게 완치된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평생을 괴롭히는 만성질환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물놀이 2~3일 후 귀에 이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선병원 이비인후과 박문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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