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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조선]산소, 건강 위해 마신다·먹는다·입는다 |
헬스클럽·피부관리실서 산소 바람
두뇌활동·피로회복에 좋다고 주장
봉이 김선달의 ‘예언’처럼 이젠 물 뿐 아니라 산소까지 돈을 주고 사서 마셔야 할까
산소방(房)과 산소카페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더니 최근엔 노래방·PC방·도서실 등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에 산소발생기를 설치하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 런닝머신에 산소가 뿜어져 나오는 노즐을 설치한 헬스클럽, 팩을 하는 동안 산소를 마시도록 한 피부 관리실도 우후죽순 증가하고 있다. 휴대용 부탄 가스처럼 생긴 산소 캔이나 액체 산소의 판매량도 증가추세며, 최근엔 껌이나 은단처럼 휴대가 간편한 ‘알약 산소’도 수입돼 판매되고 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들은 심각한 대기오염의 결과로 공기 중 약 21%를 차지하는 산소의 농도가 낮아지고 있으며 그 결과 현대인의 건강과 지적 능력이 크게 손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매연으로 숨막힐 듯한 도시(산소농도 20.5%)에서 생활하다 시골(산소농도 21%)만 가면 몸과 머리가 가뿐해지는 것도 산소의 농도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신선하게 정화된 산소를 잉여로 흡입하면 집중력·기억력 등의 두뇌활동, 운동 후 피로회복, 숙취해소, 신진대사, 혈액순환이 촉진돼 건강이 좋아진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세포 구석구석의 산소 포화도가 높아져 조직의 산소 부족에서 기인하는 각종 만성 증상들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소가 부족하면 뇌가 가장 먼저 반응한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서유헌 교수는 “뇌는 체중의 2.5%에 불과하지만 혈중 산소를 20%나 소모한다”며 “자꾸 하품이 나고 무기력하게 느끼는 것은 산소 공급이 원활치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건국대 의공학과 정순철 교수는 산업공학지(2005년 6월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30% 농도의 산소를 마신 대학생 실험자들은 21% 농도의 산소를 마신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하는 등 인지 분야에 있어 보다 뛰어난 수행능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한국자연종합의학연구원 성기홍 박사(스포츠의학)는 “운동으로 지쳤을 때 산소 캔을 이용하면 회복시간이 빨라져서 운동선수들이 많이 사용한다”며 “30분 가량의 저강도 운동 시 5분 이내에 산소를 흡입하면 젖산의 축적을 막아 피로감을 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효과는 대부분 단기간의 실험을 통해 제한적으로 입증됐을 뿐이다. 장기적인 효과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며, 아직 학계에선 정설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폐나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산소가 도움될 지 모르나 건강한 사람이라면 일부러 산소를 흡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한양대 의대 산업의학과 김윤신 교수는 “산소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므로 외부의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면 공기 중 산소 농도를 측정한 뒤 부족한 양만큼을 보충해 주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무조건 산소 캔을 사서 마시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오히려 지나친 산소 흡입은 때때로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혜숙 교수는 “정상인이 고농도의 산소를 8시간 이상 흡입하게 되면 과산소증에 걸려 오히려 폐나 세포의 손상을 줄 수 있다”며 “산소 캔을 마시는 것보다는 차라리 환기를 자주 하거나 산책을 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사진=이태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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