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의사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아들의 고환에 대한 것일 것이다.
" 태어날 때부터 고환이 짝짝이인데요" "한쪽 고환이 커졌어요" "한쪽 고환이 갑자기 아프데요." "고환이 너무 작아요." 등등...
이들 중 비뇨기과의사를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말이 " 한쪽 고환이 갑자기 아프데요"인데 의학적으로는 "급성 고환통"이라는 병명을 붙인다.
사실 "급성 고환통"이라는 말은 병명이라기 보다는 증세인데 왜 이렇게 증세가 병명으로 되었을까? "급성 고환통"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여러가지 인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급성 부고환염'이고 실제로 거의 90%이상의 환자가 급성 부고환염으로 최종진단을 받아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별 후유증없이 완쾌가 된다. 그러나 드물긴 하지만 빠른 결정으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고환염전"이라는 병이 있는데 고환을 먹여살리는 동맥, 정맥, 정관이 이루는 정삭이라는 것이 꼬여서 고환이 일시적으로 허혈 상태를 일으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영구적인 고환위축으로 고환조직이 죽어버리는 병이다.
이 "급성 부고환염" 과 "고환 염전"을 구분하기 위해 몇가지 진찰 방법이 있으나 불명확하며, 정확한 검사를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개 증상 발현 후 4-6시간 안에 수술해야함) 급성 부고환염이 99%의심되고, 1%만 고환염전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절개하여 눈으로 확인하도록 되어있다.
마치 외과에서 시험적 개복수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배를 크게 여는 외과의 수술에 비해서는 음낭에 2cm내외의 작은 절개창을 여는 것이므로 그만큼 상대적인 부담감이 적다.
설사 기껏 열고 들어갔더니 고환염전이 아니고 부고환염이라면 단순히 봉합만 하면 되므로 비뇨기과의사들의 교과서에는 " 눈으로 확인할 때 까지는 진단명을 붙이지 말고, 고환염전에 준해서 치료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급성 고환통"이라는 이상한 병명이 붙게 되는 것이다.
수술 후에 결과를 듣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의사의 "다행히도 꼬인 것은 아니고, 약간의 염증 반응만 있었습니다."라는 말이 이율배반적으로 들릴 수 있다. " 그렇다면 수술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닌가요? 괜히 칼 댔네"라는 불만과 " 그래도 짝 불알이 않된다니 다행이네."라는 안도의 마음이 동시에 들 것이다. 집도한 의사가 실력이 모자라서 진단을 못해 낸 것이 아니고, 가장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겸한 것이지만 보호자는 단지 칼을 댔다는 이유만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설프게 부고환염이라고 잘 못 진단했다가 수술시기를 놓쳐 고환 한쪽이 완전히 죽어버리는 경우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시간을 다투는 응급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어제밤부터 아프다는 아이를 자고일어나면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방치했다가 다음 날 병원에 데려오는 경우인데, 그때는 이미 비가역적인 변화가 고환에 생겨 어떻게 손써 볼 도리가 없다.
아빠들이여! 아들이 불알이 아프다고 하면 예사로 넘기지 말라. 두고두고 후회 할 수 있다.
/서울 S 비뇨기과 의원 김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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