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통증에 둔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잘 참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유전자가 사람에 따라 통증에 대한 민감도에 차이가 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클리포드 울프 박사는 특정 유전자의 변이형이 하나냐 둘이냐 아니면 전혀 없느냐에 따라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울프 박사는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 GCH-1이라고 불리는 유전자 두쌍 중 하나가 변이된 사람은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약간 둔하고 둘 모두가 변이된 사람은 상당히 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물론 이 유전자가 변이되지 않은 보통사람은 통증에 매우 민감하다고 울프 박사는 말했다.
이 유전자가 변이된 사람은 전체의 약 25%이고 이 중 두 쌍 모두가 변이된 사람은 3%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울프 박사는 이 유전자는 GTP사이클로하이드롤라제라고 불리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로 신경손상이나 염증이 발생한 후에 그 활동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울프 박사는 이 효소가 만드는 테트라하드로비옵테린(BH4)이라는 화학물질이 통증을 유발하는 핵심분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하고 이 화학물질이 증가하면 통증을 느끼게 되고 증가하지 않으면 통증을 덜 느낀다고 설명했다.
울프 박사는 쥐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었다면서 신경손상으로 통증이 발생한 쥐는 GCH-1 유전자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BH4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쥐들에 GTP사이클로하이드롤라제를 억제하는 물질을 주사하자 통증을 덜 느끼는 것 같았으며 다시 BH4를 주입하자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높아졌다.
울프 박사는 이어 건강한 사람 400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와 함께 통증 민감도를 측정한 결과 이 유전자 두 쌍 중 하나가 변이된 사람은 이 유전자가 변이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통증을 다소 덜 느끼고 두 쌍 모두 변이된 사람은 통증에 상당히 둔감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개인에 따른 통증 민감도의 차이는 성격이나 문화의 차이가 아닌 감각신경계의 생물학적 차이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울프 박사는 덧붙였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제 목 : 유난히 통증에 민감한 사람, 유전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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