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담배·술 ·삼겹살… 온종일 간은 괴로워~
영동세브란스 이관식 교수가 살펴본 지방간 30대 직장인의 하루
30대 초반의 직장인 정근용(가명)씨는 지난달 정기검진에서 지방간 판정을 받고 내심 충격을 받았다. 술을 즐기긴 하지만 폭음하는 수준은 아닌데다 아직 나이도 젊은데 지방간이라니?
그러나 2004년 서울아산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남성의 46%가 지방간이었고 29세 미만도 25.4%나 될 정도로 지방간은 나이를 불문하고 가장 흔한 간질환이다. 무엇이 젊은 남성까지 지방간 환자로 만드는 것일까?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관식 교수가 키 175㎝ 몸무게 81㎏인 정씨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서 지방간을 유발하는 안 좋은 생활습관을 추려냈다. 이 교수는 “지방간 자체는 관리만 잘하면 회복되지만 방치하거나, 염증이 함께 있는 지방간염인 경우 간경화로 발전해 생명을 좌우하는 심각한 질병이 된다”며 “지방간을 간이 주는 경고신호로 받아들여 늦기 전에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 6시 : 기상 후 출근 준비
언제나처럼 오전 6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출근을 서두른다. 간혹 늦게 퇴근한 다음날이나 주말엔 잠을 몰아 잔다.
(초록불) 규칙적인 생활의 첫 단추는 일정한 기상이다.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자연히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고 규칙적으로 영양을 공급받고 대사활동을 해야 하는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오전 8시40분 : 커피믹스로 모닝 커피
출근하면 먼저 커피 한 잔을 찾는다. 회사에서는 늘 거의 크림과 설탕이 들어있는 커피믹스를 타 먹는다. 보통 하루 5잔을 마신다.
(주황불) 커피 한 잔의 열량은 50~60㎉라 하루 5잔이면 밥 한 공기와 맞먹는다. 특히 문제는 육류에 든 것과 같은 포화지방산인 크림이다. 지방간에 동물성 단백질은 금물이다. 설탕 역시 체중조절이 필요한 정씨에겐 좋지 않다.
낮 12시 : 삼겹살로 배불리 점심
아침을 안 먹은 터라 이 시간이면 늘 허기가 진다. 오늘은 부서 사람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오랜만에 든든히 배를 채웠다.
(빨간불) 정씨의 경우 적정체중은 67~68㎏이다. 그는 과체중과 비만의 경계정도여서 체중감량이 필수다. 더구나 삼겹살, 등심, 갈비 등 지방이 많은 육류는 지방간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방간은 간에 지방산이 쌓이는 것으로, 음식으로 섭취한 지방산을 간이 대사하다 못해 넘쳐서 유발된다. 밥은 조금씩 남기고, 대신 끼니 때마다 야채를 쌓아두고 배를 채우도록 한다. 과일도 당분이 있어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 단백질은 콩, 두부 등 식물성으로 섭취한다.
오후 1시30분 : 차 몰고 외근
외근직이라 많이 돌아다니지만 늘 차를 타고 다녀 몸을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 운동도 따로 할 시간이 드물다. 외근중 짬이 나면? 피곤한데 그냥 쉬지.
(빨간불) 운동은 정말 중요하다. 체중조절뿐 아니라 간기능 자체에 영향을 끼친다. 간기능이 좋지 않은 4명의 비만 남성에게 2주만에 3~4㎏을 감량토록 시험했는데 운동을 병행한 2명은 간기능이 두드러지게 좋아진 반면 식이요법만으로 체중을 줄인 2명은 간기능이 그대로였다.
운동을 하면 체중이 줄면서 특히 뱃살이 빠지고, 이것이 간기능 회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굳이 헬스를 다닐 필요 없이 차를 놓고 다니면 된다. 지하철을 타고, 한두 정거장 일찍 내려 걷는다. 달리기는 처음 운동하는 사람에게 무리이므로 약간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걸으면 아주 좋다. 주 3회, 한번에 40분~1시간 파워 워킹을 한다고 생각하고 운동량을 맞춰보자.
오후 4시 : 담배 25 개비째
오후가 되니 담배를 피워 무는 손길이 잦다. 하루 흡연량은 2갑. 잠시 피로를 잊는 데에 담배만한 게 없다니까.
(주황불) 흡연은 간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지만 흡연은 혈액순환에 악영향을 미쳐 간의 혈류를 떨어뜨린다. 비만이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동맥경화 위험이 높아 흡연은 더 치명적이다. 담배 대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피로를 풀어보라.
오후 6시25분 : 튀김과 맥주 2캔
저녁은 늘 대충 때우게 된다. 술은 많이는 아니지만 거의 매일 먹는다. 맥주나 소주를 마시며 튀김 떡볶이 같은 간식거리로 배를 채운다. 먹는 양이 많지 않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빨간불) 가장 안 좋은 것이 끼니마다 마시는 술이다. 술은 간에서 지방산을 많이 생기게 할 뿐 아니라, 피하지방으로부터 지방산을 분리시켜 간으로 유입되는 양이 많게 한다. 비만, 술, 당뇨는 지방간의 3대 원인이다. 더구나 습관적으로 먹으면 간이 쉴 틈을 주지 않아 가끔 폭음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간학회가 권하는 건전 음주는 주 2회, 한번에 소주 반병 정도다. 물론 B·C형 간염이 있거나 이미 간경변이 있으면 이조차 마시면 안 된다.
오후 10시 : 간 영양제 섭취
오전에 이어 잠자리에 들기 전 우루소데옥시콜린산(UDCA) 성분이 들어있어 간 보호 효과가 있다는 간 영양제를 잊지 않는다. 그래도 영양제 하나 챙겨먹는 게 큰 위안이다.
(초록불) 물론 영양제가 나쁠 리 없다. 다만 비만, 술과 같은 지방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효과가 있다. 영양제는 술을 못 당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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