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꼬르르르륵.” 조용한 도서관에서 이 무슨 민망한 소리인가.
소리를 내는 사람을 향한 시선, 그리고 말없는 핀잔, ‘배가 엄청 고픈가보네...속이 안좋나’ 아니, 아침 든든히 먹었겠다, 화장실도 좀 전에 갔다 왔겠다, 챙피하게 내 배 속 영문 모를 ‘꼬르르륵’의 정체는 뭐지 정체는 몸속 장, 공기, 액체가 함께 연주하는 ’건강한 3중주’다. 물이 든 컵에 빨대를 꽂고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을 때 나는 ‘보글보글’과 비슷한 원리로 우리 몸속에서 내는 건강한 신호이므로 전혀 창피해 할 필요가 없다.
◇가스, 음식 몰고 나갈 때는 “우르릉”= 위나 장은 음식물의 소화를 돕기 위해 왕성하게 소화액을 분비해 신축운동 등으로 음식물과 잘 섞이게 한다. 소장이나 대장은 연동으로 인해 이 음식물을 이동시키는데 소화관의 내용물은 배변을 보기까지 이 연동으로 인해 움직이게 된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손정일 교수는 “위벽은 가장 안쪽에 점막, 중간에 근육층, 바깥쪽은 장막에 싸여있는데 연동은 중간 근육층이 작용해서 일으키는 신축운동이다”며 “보통 15~20초의 일정한 간격으로 위체부에서 항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동은 위뿐만이 아니라, 십이지장, 소장, 대장의 내용물도, 이 연동으로 인해서 위에서 아래쪽으로 차례대로 훑듯이 이동시킨다.
이러한 연동운동에 의해 장의 내용물이 공기와 액체와 함께 힘이 생겨 발생하는 소리가 ‘우르릉’ ‘꼬록’ ‘뿌룩’ ‘빠지직’ 등과 같은 다양한 소리. 즉 ‘복명’의 정체인 것이다. 배고플 때 나는 소리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배고플 때는 “꼬르륵”= 우리의 장은 평소 고유한 리듬을 가지고 운동을 한다. 위는 분당 3회, 십이지장은 분당 12회, 대장은 분당 3~12회 정도의 운동을 하는데 위는 먹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며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음식물 유무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장내 위가 비게 되면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만들어져 대장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음식물이 위로 들어가지 않았어도 조건반사로 인해 위가 저절로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때 장운동이 증가하게 된다. 이를 통해 ‘꼬르륵’ ‘꾸룩’하는 상당히 큰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보통 정확한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경우, 위장은 들어오는 음식물에 항상 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약 10시간 정도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으면 위장은 기다리다 지쳐서 음식물을 받아들일 태세를 자동 해제해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상태로는 소화기 전체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가 허사로 돌아가기 때문에 위나 장을 축소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보통 배고프다고 느껴지는 것이 이 때문인데 이때 나는 소리가 흔히 “꼬르륵”, 배고픔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른사람이 소리 더 커= 영남대병원 소화기 내과 은종렬 교수는 “‘꼬르륵’ 소리는 지극히 건강한 생리적 현상이므로 창피해 하거나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체질에 따라 소리의 강약이 다르다”고 말했다.
은 교수에 따르면 마른 체형일수록 꼬르륵 소리가 더 크게 난다는 것. 그는 “마른 사람은 피하지방이 비만인 사람보다 적기 때문에 소리를 차단하는 벽이 얇아 더 크게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의들은 “고음의 소리가 5분 이상 불규칙 하게 나거나 배가 빵빵하다고 느낀다면 장이 막혀서 그런 경우가 있다”며 “장이 막히면 장내 내용물을 아래로 보내기 위해 대장에서는 더 강한 움직임을 가동하므로 소리가 유난히 더 크고, 자주 들릴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진단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손정일 교수,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은종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