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세계인의 건강식 김치

갓 지은 맨밥에 길게 찢은 김치를  얹어   입 안에 넣으면 매콤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열 반찬이 부럽지 않다. 한겨울에 마시는 살얼음이 살짝 깔린 동치미 국물은 여느 청량음료도 이 맛의 개운함을 따르지 못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김장 적기는 서울이 11월 30일, 부산이 12월 31일께로 예년에 비해 4일 정도 늦어질 것이라 한다.


우리 고유의 채소 발효식품인 김치엔 지구촌 어느 음식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이한 맛이 있다. 그래서 김치의 ’폭 삭은 맛’을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인 ’오미’(五味)에 이어 여섯 번째 맛이라 일컫기도 한다.


김치는 소금에 절여 저장하는 동안 배추나 무, 그밖의 양념에 들어 있는 물질이 자체 효소에 의해 구수하고 단맛을 지닌 물질로 분해되어 밖으로 나온다.


이때 배추나 무에 붙어 있던  젖산균과 효모균이 이것을 먹고 자라면서 젖산을  비롯한  여러 에틸 알코올을 만들어 신맛과  김치향을 내게 된다. 맛있는 김치가 ’찡’한 맛을  내는 것은 젖산균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동치미나 나박김치의 시원한 맛도 국물에 이산화탄소와  알코올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이다.


김치는 넣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 지역, 계절, 숙성기간, 보관장소, 보관온도  등에 따라 맛과 영양, 색, 양이 달라진다. 맛을 내는 양념이나 젓갈이 다양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채소가 김치의 재료가 될 수 있어 종류만도 200-300여 가지에  이른다.


김치는 소화를 돕는 유산균과 섬유소, 비타민 등이 풍부해 식욕을 돋워줄 뿐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주며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배추 무  등  여러 가지 야채에 고추, 마늘, 파, 생강 등 몸에 좋은 향신채를 듬뿍 넣어 맛깔지게 버무려 곰삭은 액젓에 싱싱한 해물까지 곁들이면 최고의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한때는 겨울철 반양식으로 귀히 여겨지던 김치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외식이 잦아지면서 우리 식탁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마구잡이로 들어온 김치가 우리 것과 섞여도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김치 담그는 것을 피곤하고 어려운 일로 여겨 꺼리는 주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산과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되면서 김치를 작접 담가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려는 주부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시중  요리학원들이 마련한 김장 담그기 특강에 주부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소 10가지 이상의 재료가 고루 섞이지 않으면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는 김치의 강점은 다른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다. 김치가 ’세계인의  건강식’이란 찬사를 받는 것도 이런 특성과 관련이 있다.


필수 밑반찬에서 변신을 거듭해 별미요리로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 김치음식으로는 묵은지를 들 수 있다. 묵은지는 김장을 하기 전에 양념을 약하게  담가  6개월 이상 숙성 저장하여 따뜻한 계절에 김장김치의 맛을 내는 별미김치다. 전문  음식점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묵은지 요리로는 묵은지 김치찌개, 묵은지찜,  묵은지 감자탕, 묵은지 삼합, 묵은지 닭도리탕과 닭매운탕 등이 있다.


또 가정에서 응용할 수 있는 김치요리로는 김치 돈가스, 김치 오므라이스, 김치피자, 김치밀전병, 김치 잡채, 김치 춘권, 새우김치 만두, 김치콩나물 국밥, 제육볶음, 통부부김치, 파김치전, 해물김치볶음밥, 꽁치 김치전골, 호박김치  고등어조림, 굴김치 냄비밥, 우렁김치 해장국 등 무궁무진하다. 


이밖에  매콤하고 감칠 맛 나는 갓김치, 고급스러운 보쌈김치, 담백한 백김치, 호화로운 장김치, 그리고  고들빼기, 파. 민들레. 더덕, 꿩, 가지, 감, 콩잎, 고추. 유채, 호박 등을 이용한 갖가지 김치는 밑반찬으로만 먹기엔 아까운 별미들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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