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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회에 참석한 한국, 미국, 독일의 암 전문가들이 최신 항암제에 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강윤구 교수, 더처 교수(미국), 벡 박사(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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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차 유럽암학회-미국국립암연구소-미국암연구회(EORTC-NCI-AACR) 심포지움이 지난 7∼11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움 최고의 관심사는 ‘다중표적항암제’. 다양한 경로로 암 세포만을 공격하는 새로운 암 치료제다. 심포지움에 참석한 미국 뉴욕의대 더처 교수, 독일 구텐베르그대학병원의 벡 박사, 그리고 서울아산병원 강윤구 교수가 프라하에서 다중표적항암제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벡 =별다른 치료제가 없었던 신장암 치료제가 최근 두 가지나 개발됐다. 바이엘의 넥사바와 화이자의 수텐이다. ‘다중표적항암제’인 이들은 항암제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더처 =넥사바의 경우 신장암 환자 70%에서 효과가 있었다. 비싼 면역치료를 해도 효과가 20%를 넘지 못 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이다. 암 세포를 자라게 하는 신호와 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만드는 신호를 모두 차단하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다. 이중으로 공격해 암을 죽이는 것이다. 반면 부작용은 가려움이나 손발이 발갛게 되는 정도로 경미했다.
강 =‘먹는’ 항암제라 입원할 필요도 없다. 내 환자 중에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일을 계속하는 분도 있다. 또 어떤 환자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내가 정말 항암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긴 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표적항암제’ 덕분에 이젠 암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정상 생활을 하면서 관리해 나가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더처 =이번 학회에는 ‘차세대 항암제’ 후보들도 많이 나왔다. 지금까지 암 세포만 골라 공격할 수 있는 ‘표적’은 50여 개 발견됐다. 이중 세계적으로 20개 표적이 집중 연구되고 있는데, 글로벌 제약사마다 이 표적들을 공격하는 2∼3개의 후보 항암물질을 갖고 있다. 앞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각각의 암에 대한 표적항암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벡 =환자의 ‘바이오 마커(bio-marker)’를 찾아내 항암제의 선택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이나 허셉틴처럼 특정 유전자(바이오 마커)가 활동하는 환자에서만 효과를 보이는 항암제를 다양하게 개발하면 암 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선택성’은 더욱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강 =표적항암제들을 기존 항암제와 조합해서 효과를 배가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넥사바의 경우 간암, 피부암, 폐암 등에 대해서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강 =예전에는 암 치료에 있어 좋은 의사란 암을 빨리 발견하는 의사였다. 이제는 최신 항암제를 빨리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사가 좋은 의사다.
벡 =내 환자 중에도 신약을 구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날아간 경우도 있었다. 새로운 항암제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전 세계에서 수십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이제 전 세계 주요 국가 어디에서나 암 치료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더 좋은 약을 얼마나 빨리, 더 많은 환자에게 쓸 수 있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프라하(체코)=이지혜기자 wise@chosun.com
제 목 : [조선]“암도 일하면서 치료 받을 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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