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먹는 일이라면 다른 또 하나는 시원한 배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잘 먹고 잘 배설하는 것이 여러 가지 복중의 하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성싶다.
대변보고 나서 휴지에 피가 묻는 데 “혹시 나는 변비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치질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혹시 암이라도?” 등 매일 부딪치는 혼자만의 고민을 해결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남에게 보여줄 수도 없는데다가 의논하기도 곤란한 곳이 바로 이곳 항문이다.
원자력의학원 황대용 교수는 “신비하지 않은 인간의 구조는 없을 테지만 이 부분의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항문이란 구조는 참으로 신비하고 묘하기 그지없다”고 말한다.
황 교수는 항문에 대해 “아무 때나 변이 나오면 곤란하므로 그때는 참는 기능과 변을 보고 싶을 때 항문 주위의 근육들이 충분히 이완돼 변이 잘 나오도록 해야 하는 기능, 즉 이 두 가지 상반된 기능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항문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항문건강에 좋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항문을 씻어주는 일이다(좌욕이라고 한다). 대변을 보고 나서 약1∼2분 정도 미지근한 물로 항문을 씻어주는데 샤워기로 씻어도 되고 대야에 물을 떠놓고 앉아서 있어도 된다.
뜨거운 물로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시원함을 느낄지 몰라도 오히려 항문에 해로울 수도 있다.
깨끗이 하라니까 비누나 무슨 소독약 또는 소금 등을 타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들도 항문에 자극이 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황 교수는 “그냥 맨 물로 하면 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매일 일어나서 세수하듯이 대변보고 난 후 항문좌욕을 평생 하면 항문 문제로 병원을 찾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가지 항문 건강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변비의 조절이다.
물론 대변보고 싶을 때만 보면 그것이 제일 좋겠지만 신경을 많이 썼다든지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변비는 생기게 마련이다.
권장 방법으로는 섬유질인 채소와 과일, 요구르트 등을 많이 먹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보통의 유리컵(맥주컵 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으로 냉수를 약 일곱 컵 정도 이상 마시면 대부분 해결 된다.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도 조절이 곤란하다면 약의 사용을 신중히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몇 일 동안 변을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 이런 강박관념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악순환이 된다고 한다.
한 주일에 한번 배변을 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으로 족할 수 있으니 아예 변 보는 것에 대한 관심을 없애 버리는 것이 좋다.
황 교수는 “변은 만들어지고 나올 때가 되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변이 나오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는 아예 변기에 앉지 말 것”을 당부했다.<도움말:원자력의학원 외과 황대용 교수>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메디포뉴스 이영수 기자 juny@medifonews.com
제 목 : [국민]배변 후 좌욕， ‘미지근한 맹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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