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조선]여든 나이 마흔 체력

눈 밭 걸어 18홀 라운딩…강신호 회장 건강관리 비결은


몸 많이 움직이는 '니트 다이어트<NEAT·비 운동 활동 열 생성>'
혈액 순환·혈전 억제제 매일 복용
폭탄주 거뜬…규칙적인 성생활도


‘무병장수(無病長壽)’는 고령화 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한결 같은 소망이다. 전경련 강신호(80) 회장은 그 흔치 않은 축복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의 모범(模範)이다. 카트를 타지 않고 골프 18홀을 라운딩하는 체력이 있고, 폭탄주를 마시는 건강한 장부(贓 )가 있고, 생 갈비를 뜯어 먹는 28개의 튼튼한 치아가 있다.

여든의 나이에 주 1~2회 성생활을 즐길 정도로 정력적이기까지 하다. 그 건강과 정력으로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한번은 전경련 회장으로, 또 한번은 동아제약 회장으로, 두 사람 몫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아침 수은주 영하 7도,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아래로 곤두박질친 지난 7일 아침, 강 회장은 경기도 태광CC에서 골프를 즐겼다. 전날 눈까지 내려 대부분의 골퍼들이 라운딩을 취소했지만, 여든 노인네가 눈 밭에서 장장 여섯 시간에 걸쳐 18홀 라운딩을 마친 것이다. “운동하자는 것인데 눈 밭이면 어때 볼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재미 있었어.” 모자를 푹 눌러 쓴 모습이 40대처럼 보였다.

강 회장은 건강을 위해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헬스클럽에 다닐 시간 여유가 그에겐 없다. 주말을 이용해 주 1~2회 즐기는 골프가 유일한 취미이자 운동이다. 그는 또 젊음을 위해 대단한 보약이나 특별한 음식도 먹지 않고, 비밀스런 ‘회춘(回春) 치료’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30년째 키 165㎝, 몸무게 58~59㎏, 체질량지수(BMI) 21의 ‘퍼펙트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혈압이 150/70㎜Hg로 약간 높은 것을 제외하면 건강검진에서 지적되는 법이 없다. 생체나이(건강나이)로 따지자면 아직도 40~50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비결은 첫째, 생활습관이다.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 그는 생활 속에서 가급적 몸을 많이 움직인다. 재벌 총수의 신분이지만 월 20회 정도 지하철을 이용하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자주 이용하며, 틈만 나면 사무실에서 복근 단련 체조를 하는 등 몸을 움직인다. 전화도 가끔씩 서서 받으며, 앉아서 사무를 볼 때도 몸을 많이 움직인다.



지난해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제임스 레바인 박사는 일상 속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 생활습관을 들이면 칼로리 소비가 20% 정도 늘어나 운동을 하지 않고도 다이어트가 된다고 학계에 발표했다. 이것이 요즘 미국서 유행하는 ‘니트(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비 운동 활동 열 생성) 다이어트’다. 레바인 박사보다 먼저 강 회장은 니트 다이어트의 원리를 발견하고 실천해 온 것이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지만 소식(小食)을 한다. 대기업오너 정도면 유기농산물과 무공해로 사육된 축산물, 특별한 건강식을 먹을 줄 알았는데 정 반대였다. “어렸을 때 못 먹고 자라서 아무 거나 먹는다. 약속 없으면 점심은 구내 식당서 직원들과 함께 먹고, 가끔씩 라면도 먹는다. 그러나 운동을 많이 못하니 가급적 적게 먹으려고 애 쓴다”고 했다. “보약은 정말 안 먹느냐”고 물었더니 “젊었을 때 인삼과 녹용을 좀 많이 먹었는데, 큰 도움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점심과 저녁 식사 때 적포도주를 한 두 잔씩 하며, 한 달에 두 세 번은 서너 잔씩 폭탄주를 한다. 젊었을 땐 술을 꽤 많이 마셨지만 요즘은 자제한다고 했다.



강 회장 건강의 둘째 비결은 적절한 현대의학적 도움이다. 10년쯤 전 건강검진에서 전립선비대증이 발견됐는데 즉시 레이저로 치료했다. 척추 디스크도 초기 상태서 발견한 뒤 허리 근육 강화 체조를 꾸준히 해서 지금껏 무탈(無 )하다고 한다. 고혈압 역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해 아무 문제 없이 관리해 오고 있다. “병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호미를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노인이 되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자리보전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노인에게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몇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 혈전 방지를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뇌 건강과 기억력 유지를 위해 뇌 혈류 촉진제를 복용하고 있다. 특이하게 그는 주 1~2회 골프를 칠 때 적정 용량 5분의 1 정도의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다. 혈액순환 개선 효과가 있어 성 행위와 상관 없이 저용량을 상시 복용하면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는 “지금껏 성 능력을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세종대왕도, 가깝게는 고 이병철 회장도 못 누렸던 호사를 누리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나 약물의 남용은 경계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남성호르몬이나 성장호르몬 등을 이용한 ‘호르몬 회춘 치료’가 부유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 회장은 “우리 회사에서도 성장호르몬을 생산하지만 이것이 치료 목적이 아닌 회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좋지 않다. 건강은 정직하게 노력할 때 얻어지는 것이지 결코 단 순간의 ‘비법’으로 획득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번째 건강비결은 마음 다스리기. 강 회장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수많은 신체 질환과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은 모두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의사답게 진단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내과 의사다.) 잘 살게 될수록 사람이 더 조급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하면서 이런 질환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



그는 복잡하고 고민되는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 “큰 일이 아니다”고 자위(自慰)하며,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서 잊어버리려 애쓴다고 했다. 그렇게 수십 년간 노력한 결과 요즘엔 웬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했다. 그는 “조금씩 천천히 살면서 남을 배려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스트레스와 스트레스성 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 여든 노인이 터득한 진리니 믿고 실천해 보라”고 말했다.



한겨울 눈 밭에서 라운딩을 마친 강 회장은 목욕도, 식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젊은 사람도 허기지고 피곤할 텐데 허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로 앉아 한 시간 반 동안 얘기를 했다.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힘이 있었다. 빨갛게 얼었던 얼굴이 녹아 제 색깔로 돌아오자, 주름도 거의 없는 팽팽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보톡스 주사도 안 맞는데 어찌 그리 피부가 팽팽하냐”고 묻자 “나도 모르겠다”며 껄껄 웃었다.




/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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