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회사원 황수철(32,가명)씨는 며칠 전 회의 때 큰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임원회의에 함께 참석해 프레젠테이션을 듣다가 깜박 졸았기 때문.
황 씨는 “그 전날 꿈을 많이 꾼 탓인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 같다”며 “이상하게 꿈을 많이 꾼 날은 더 피곤해 무엇인가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황 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꿈을 많이 꾸고 난 다음 날은 피곤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과연 이런 피곤함은 단지 느낌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학적 이유가 있는 것일까.
◇ 꿈은 렘수면 상태일 때
수면은 크게 렘(REM)수면과 비렘수면(NREM)으로 나눌 수 있다. 수면은 대부분의 사람이 비렘수면의 단계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렘수면에는 1,2,3,4 단계가 있다.
1단계와 2단계는 얕은 상태의 수면이라고 볼 수 있으며 3,4 단계의 수면은 깊은 수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
1단계는 전체 수면의 2~5%를 차지하며 느리게 움직이는 안구운동이 특징적이다. 2단계는 전체수면의 45~50%를 차지하며 안구운동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또한 전체 수면의 3~8%를 차지하는 3단계에서는 안구운동을 관찰할 수 없으며 4단계는 전체 수면의 10~15%를 차지하게 된다.
이 같은 네 개의 단계를 거치면 렘수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렘수면은 전체 수면의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때에는 신체 근육이 무력한 상태에 놓이며 빠른 안구운동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내용을 가장 많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은 바로 이 때, 렘수면 때이다. 렘수면시에는 눈동자가 빨리 움직여 꿈이 잘 기억되기 때문에 렘수면을 꿈수면이라고도 한다.
렘수면 즉 꿈수면은 정상적으로 하룻밤동안 3~4번 정도 반복된다.
1,2,3,4 단계를 거쳐 렘수면 상태로 가는 잠의 주기가 하룻밤에 3~4번 정도 반복되기 때문에 꿈을 꾸는 렘수면 상태도 3~4번 정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꿈을 꿨다고 느낀 것과 건강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건강한 사람은 위의 설명처럼 비렘수면(4단계)을 거처 꿈수면으로 접어들게 되고 보통 꿈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대한수면의학회 한진규 이사(서울수면센터 원장)는 “하지만 몸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경우에는 이 수면 주기가 혼동을 일으켜 꿈수면이 2단계 수면 이후 등으로 순서 없이 들어와 버려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다음 날 꿈을 많이 꿨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렘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깨버려 꿈을 기억하는 것일 수 있다. 이에 잠을 푹 자지 못해 다음날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제대로 된 렘수면이 생기는 시간은 새벽 4시~5시 사이이기에 이때에 꿈이 많이 나타나게 되므로 주로 기억이 되는 꿈은 이시기의 꿈이다. 특히, 남성들은 이 시각에 발기를 하게 된다.
따라서 성기능장애 등의 문제가 있을 때에는 이 시간에도 발기가 잘 되지 않는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평소 발기가 잘 되지 않는데 이 시간의 렘수면 상태에서 발기가 된다면 이는 질환 등의 영향이 아닌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꿈을 새벽 1시나 2시 등의 시각에 자주 꾸며 깨어나게 될 때에는 우울증을 의심할 수도 있다.
대한수면의학회 홍보이사 박두흠 교수(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는 “꿈을 많이 꾼다는 것은 대부분 깊은 잠을 자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불면증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심하면 불안장애, 우울증이 있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정신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렘수면 주기가 앞당겨지는 이상전진으로 인해 새벽 4~5시 쯤 많이 나타나야 할 꿈이 이보다 이른 시간인 새벽 1~2시 쯤에 나타나 잠에서 깨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우울한 감정이 많이 나타나면 꿈을 꾸는데 관여하는 꿈 호르몬이 많이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대한수면의학회는 “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심리적인 보상기능”이라고 분석한다.
대한수면의학회에 의하면, 의식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억압된 무의식적 측면들이 꿈을 통해 경험되면서 심리적인 불균형 상태가 일부 보상될 수 있다는 것.
더불어 어떤 꿈들은 예시적인 기능도 있어서 특정한 꿈의 경우는 무의식이 꿈을 통해 그 사람의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조고은기자 eunise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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