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 일 끝나고 생굴 한접시에 간단하게 한잔 어때"
회사원 김모(40)씨는 얼마전 퇴근길에 직장동료와 허름한 선술집에 들렀다.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얘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새 안주감이던 굴도 바닥이 났다. 입가심으로 맥주 한잔을 더 걸치고 집에 들어가는 데 뱃속으로부터 뭔가 불안한 조짐이 느껴진다. 그날 김씨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복통과 설사로 수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만 했던 것.
기진맥진한 몸으로 아침 일찍 병원을 찾은 그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식중독이 철 없이 날뛰고 있다. 한여름 계절병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겨울에도 예외가 아니다.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노로바이러스, 추위에도 강하다
3년여 전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하자마자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에선 하루 걸러 40~50명씩 결석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제주의 타지역은 물론 다른 지방까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 분석결과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으로 밝혀졌다.
한겨울이라지만 환경이 옛날 같지 않다. 난방시설이 보편화돼 병원성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여건으로 바뀌고 있다. 반면 식품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은 느슨해지기 쉽다. 2000년에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노로바이러스는 추위에도 강하다.
노로바이러스는 과거 유럽 등지 선진국 식중독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일본에서 이 바이러스에 의해 수천명의 환자가 속출, 40여명의 노약자가 숨지기까지 했다.
2003년 3월 서울·경기지역에서 1200여명이, 2006년엔 서울·인천·경기지역에서 집단급식과 관련해 2000여명이 이 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에 걸렸다.
노로바이러스는 장염을 일으킨다. 감염되면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2~3일간 메스꺼움과 구토·설사·복통 증세를 동반한다. 전염성이 강해 단체 급식 등의 경우 금세 대규모 식중독 사고로 번진다.
◆생활습관이 사고 막는다
현재로선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도 마땅한 게 없다. 심한 탈수를 동반하므로 수분 공급과 전해질 요법으로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치료에 전력할 수 밖에 없다.
감염되면 1~2일 후 자연회복되고, 후유증도 거의 없다. 하지만 유아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의 경우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해지기도 한다.
미국 질병관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의 원인은 식품(39%), 감염자와의 접촉(12%), 물(3%) 등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를 전파한 식품으론 굴 등 해산물, 과일·야채·냉동빵·샌드위치·얼음 등이 꼽혔다.
김성은 이대동대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계절을 막론하고 식중독과 장염을 막는 길은 평소 음식물을 익혀 먹고 손씻기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식중독 예방 8가지 행동요령
1.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2. 노로바이러스는 섭씨 85도 이상에서 1분이상 가열하면 감염성이 없다.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하는 이유다.
3. 남은 음식을 상온에 그대로 두면 안된다.
4. 노약자·어린이는 되도록이면 날음식을 피하라.
5. 조리기구는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6. 음식은 당연히 신선한 재료를 써야 한다.
7. 손에 상처가 있거나 설사환자는 음식을 다루지 않는다.
8. 집단식중독 의심이 있으면 가까운 보건소와 구청에 우선 연락한다.
도움말=이대동대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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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중앙]철없는 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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