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뇌연령 58세, 그럼 나는
겁먹을 것 없다. ‘뇌연령’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 스무살에 맞는 스무살 뇌연령이라는 것도 없고 마흔살에 맞는 마흔살 뇌연령이라는 것도 없다. 의사들도 쓰지 않는 개념이다. 복잡한 뇌의 능력을 단순히 문제 몇개 맞히고 틀리는 것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절대적인 수치화’도 불가능하다. 어렸을 때의 뇌부터 추적검사를 하거나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 게임기의 경우 광범위한 실험군의 데이터 측정을 바탕으로 동년배의 평균적인 결과와 비교해 주는 정도다.
▲아빠(엄마) 닮아서 머리가 나쁜가봐
지능은 분명히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 호주의 한 유전학연구소에서 아들일 경우 아버지는 Y염색체만을 주기 때문에 X염색체를 받게 되는 엄마의 지능이 유전될 것이라는 보고도 있었지만 연구사례의 하나에 불과할 뿐, 학계에서 인정된 학설은 없다.
서로 다른 지능을 갖고 태어나기는 하지만, 뇌는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다. ‘머리가 좋다’는 의미를 의학적으로 풀이하면 ‘뇌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연결이 많아지고 강화된다’는 뜻이다. 시냅스는 머리를 쓰면 쓸수록, 구체적으로는 오감을 통해 자극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수록 발달한다. 즉 본인이 얼마나 머리를 잘 썼느냐에 따라 머리가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 인간의 뇌용량에는 한계가 없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우리는 평생 동안 뇌가 가진 능력의 소량밖에 활용하지 못한다. 부모님 탓 하지 말고, 머리를 쓰지 않은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
▲내 머리가 예전같지 않아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도 하고, ‘초롱초롱하던 사람도 나이들면 총기를 잃는다’고도 한다. 맞는 말일까 혹시 본인의 머리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다음과 같은지 점검해보라. ‘친한 사람의 이름도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e메일 보내려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누구한테 왜 쓰려고 했는지 순간적으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려운 말도 아닌데 말이 꼬이고 어색하다’…. ‘딱 내 얘기다’라고 생각하며 역시 머리가 나빠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증상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 생활방식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일본의 뇌신경전문의 츠키야마 다카시는 이런 상태를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라고 말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증상은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서도 볼 수 있고, 특히 한 분야에 오래 근무한 전문직 종사자들에게서 더 자주 발견된다. 이유는 너무 편향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다카시 박사는 “사회생활을 오래한 사람은 누구나 그 직업에 가장 적합하도록 뇌가 길들여지고, 뇌의 사용이 제한되며 한쪽으로 고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창 나이인 사람이 이런 증상을 보이는 이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뭔가 한가지 일에 매달려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만약 스스로의 머리가 굳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해보지 않은 일과 해보지 않은 생각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뇌는 좋아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뇌세포가 파괴된다는데
맞다. 뇌세포는 태어난 이후부터 계속 소멸된다. 성인이 되면 수량과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그러나 뇌세포가 죽어간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뇌에는 이미 1000억개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뇌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시냅스는 무려 100조개에 이른다. 일본의 정신분석의학자 사이토 시게타는 스무살 이후 뇌세포가 하루에 10만개씩 죽는다고 분석하고, 이런 속도로 따진다면 뇌세포가 다 소멸되려면 약 2700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뇌세포가 파괴돼서 머리가 나빠졌다는 불평은 최소 2700년 정도는 사는 사람이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뇌세포는 노력에 따라 증가하기도 한다.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이창욱 교수는 “치매환자도 뇌를 훈련시키면 뇌세포 파괴가 차단된다”며 “뇌도 근육처럼 계속 사용한 뇌기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고스톱을 치면 치매가 예방되나·태아의 뇌관리는 어떻게
고스톱 등 숫자에 관련한 지속적인 활동은 뇌에 자극을 주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꼭 고스톱이 아니라 단순한 덧셈과 뺄셈, 퍼즐 등을 즐겨 푸는 것도 좋다. 단,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숫자를 이용한 활동은 분명 뇌를 자극하지만 그것이 어떤 자극으로 가느냐는 개인차가 있다. 고스톱이나 숫자 계산 자체가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준다든지, 중독이 될 만큼 빠져있다면 좋은 호르몬이 분비될 리 없다. 그보다는 평소에 듣지 않던 음악을 듣는다든지 가벼운 운동을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태아의 뇌관리는 독성물질을 차단하는 등 기본적인 수준에서 지킬 것을 지키면 된다. 산모들 중에는 태중에 있을 때부터 수학문제를 풀고, 외국어 테이프를 들려주며 ‘뇌교육’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정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태교는 중요하지만 태아의 뇌 자체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지나치게 행동하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도움=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이창욱 교수, 국제뇌교육협회〉
〈참고문헌=‘기적의 두뇌습관’(사이토 시게타 지음, 신현호 옮김)/‘당신의 뇌 얼어붙고 있다’(츠키야마 타마시 지음, 최형식·동소현 옮김)/‘공부가 쉬워지고 일이 즐거워지는 두뇌혁명’(대한총명학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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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경향]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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