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발, X형 다리, O형 다리 … 습관 때문에 발병 난대요
[중앙일보 강승민 기자] 중.고생 10명 중 1명 이상이 평발-.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조사한 결과다. 그뿐만 아니라 중.고생 165명을 검사했더니 10명 가운데 6명에서 족부(足部) 질환이 나타났다. 병원 측은 관련 질환이 아이들의 성장과 발육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족부 전문의들은 "선천적인 발의 이상이나 질병은 5%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95%는 후천적으로 발병한다"고 말한다.
발은 면적 기준으로 인체의 2%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52개의 뼈, 112개의 인대, 7200개의 말초신경으로 이뤄져 '제2의 심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발 건강은 평소에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진단을 받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알아봤다.
사례 1 : 김준(9.남) 개구리 자세로 앉아 X형 다리 → 평발 악화
준이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다리가 안쪽으로 휜 'X'자. 당연히 걸음걸이가 불안정했다. 태권도장만 갔다 오면 늘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정밀진단 결과 'X다리'와 평발이 심한 상태였다. 아버지가 평발이어서 유전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몸이 지나치게 유연해 X자형 다리가 될 위험성이 큰 것으로 진단됐다.
앉을 때 양다리 사이에 엉덩이가 들어가게 되는 W 자세가 되면 X다리가 악화한다. 의학적으로 성장 중의 뼈는 힘을 받는 쪽은 성장이 늦춰지고 그렇지 않은 쪽은 성장이 빠르다. W자세로 앉으면 종아리 뼈 안쪽이 바깥쪽에 비해 압력을 덜 받아 X다리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X자 다리는 서 있거나 걸을 때 무게 중심과 힘이 발 안쪽으로 쏠리게 돼 평발을 더 진행시킬 수 있다. 또 준이는 무릎 꿇고 앉는 자세가 습관이 돼 고관절과 종아리가 안쪽으로 돌아가 있고 발도 안쪽으로 휘어진 상태였다.
☞준이는 적절한 다리 교정기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방치하면 무릎이나 발 통증이 심해질 수 있고 퇴행성 관절염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 또 발과 연관된 무릎, 고관절, 허리 등에 영향을 줘 척추측만증 같은 새로운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사례 2 : 이은정(10.여) 과체중이 발뒤꿈치에 실려 → 족저근막염
이도영(39)씨는 딸 은정이가 살이 갑자기 찌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무릎과 발바닥이 아프다"고 한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그저 '성장통'이겠거니 하고 흘려들었지만 진단 결과 '족저근막염'으로 나타났기 때문.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근육을 감싸 완충작용을 하는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은정이의 경우 선천적으로 아킬레스건이 유연하지 못한 데다 갑자기 체중이 불면서 과체중이 뒤꿈치에 가해지는 것이 반복돼 생긴 것으로 진단됐다. 발뒤꿈치가 아파서인지 늘 신발 뒤축을 구겨 신는 버릇이 있던 은정이의 습관이 증세를 더욱 악화시켰다.
☞선천적으로 장딴지가 단단하고 아킬레스건이 팽팽해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럴 때는 꾸준히 족저근막과 장딴지 스트레칭, 발목 근력 훈련을 해야 한다. 간단한 운동으로 자주 발목을 돌려주거나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발가락이 발목을 넘어서도록 당긴 후 10초간 정지하는 동작을 각각 30회씩 반복해 주면 좋다. 족저근막염 증세가 심하면 통증 때문에 운동 또한 쉽지 않으므로 증세가 호전됐다고 해도 운동은 조금씩 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신발 선택이 중요하다. 신발은 발의 길이.너비.형태 등에 잘 맞춰줘야 한다. 성장 시기를 고려해 신발을 살 때마다 발을 체크하는 게 좋다.
사례 3 : 박동범(8.남) 무릎 꿇고 앉아 O형 다리 → 퇴행성 관절염
동범이는 발목의 양쪽 복사뼈를 붙이고 서도 무릎 사이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는 'O'자형 다리다. 막내로 자라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동범이는 할머니가 업어서 키운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것이 동범이의 'O자 다리'를 악화시켰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좌식생활로 골격 성장 시기에 다리가 휘는 경우가 많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엉덩이 밑에 발을 깔고 앉는 습관이 있으면 O자형 다리가 진행되고 발의 변형도 생겨 안짱걸음이 생길 수 있다. 그대로 두면 관절에 미치는 부담이 커져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리 교정보조기로 형태를 바로잡아 준다. 여자 아이는 14세, 남자 아이는 16세 이전이어야 교정이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임상 경험을 통해 보면 만 3세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O형 다리는 무리한 동작으로 뛰거나 놀면 엉덩이 관절 쪽에 무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아이 키에 맞는 식탁.책상.의자를 구입하는 게 좋다. 아이를 눕히고 다리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눌러준 후 다시 발목에서 허벅지로 올라가면서 마사지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도움말=신정빈 교수(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신현관씨(뉴발란스 신발 코디네이터)
발 건강을 위한 신발 선택법
1. 사람마다 발 길이, 볼의 너비, 형태, 발목 회전 등이 모두 다르므로 직접 매장에서 신어보고 구입한다.
2. 굽은 2~3㎝ 정도가 적당하다.
3. 양쪽 발 크기가 다르면 큰 사이즈를 기준으로 구입한다.
4. 발이 어느 정도 부어 있는 오후 5시쯤 신어 보고 고른다. 양말을 착용한 상태에서 신어 보는 게 좋다.
5. 사이즈는 발을 신발 앞으로 바짝 밀어 발뒤축에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정도가 적당하다.
6. 신사화는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발 상태에 맞춰 끈으로 묶는 게 좋다.
7. 발뒤꿈치가 미끄러지지 않고 편하게 잘 맞는지 확인한다.
8.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발 크기를 재는 습관을 들인다. 사람의 발은 대체로 나이가 들면서 볼이 넓어진다.
9. 둘째 아이가 첫째 아이 신발을 물려 신다가 맞지 않아 발 질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이의 발에 맞춰 신기도록 한다.
자료:뉴발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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