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어머니들의 생활도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바뀐다. 각종 학교 행사에 동원되는 보조교사로, 집에서는 숙제와 공부를 책임지는 가정교사로 활약해야 한다. 웃돈을 들여 좋은 과외 교사를 찾아야 하고,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일과 가정, 아이까지 동시에 책임지는 ‘슈퍼 맘(Super Mom)’ 대열에 본격 뛰어드는 것이다.
◇학교에선 보조교사=지난해 학급대표 어머니를 맡았던 박모(35)씨는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소풍, 운동회, 신체검사 땐 보조 인솔교사 역을 맡아야 했고 책거리, 알뜰장터, 바자회 때는 음식을 장만해가야 했다. 한 달에 한 번 학교 화장실 청소, 급식당번을 책임졌고 계절마다 교실 환경미화에도 동원됐다. 학교 발전기금 및 학급운영비 명목으로 30여만원을 학교에 내기도 했다. 박씨는 “아이를 위한 마음에 자원하기는 했지만 잡일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며 “어머니들을 학교 운영에 ‘동원’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모(34)씨는 지난해부터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 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아이가 의기소침해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학부모 참여가 별로 없는 타학교로의 전학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신동희 상담봉사자는 “매년 학기 초가 되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어머니들이 많다”며 “학부모의 학내 활동이 학교와 학부모간 소통의 장이 되기보다 학부모의 금전과 노동력을 이용하는 창구로 전락했다”고 경고했다.
◇집에서는 가정교사=가정교사도 엄마 몫이다. 아이들의 숙제, 미술도구·체육복 준비 모두 엄마 손을 거쳐야 한다. 받아쓰기 시험 공부는 물론 초등생들이 많이 보는 영어·수학 경시대회도 1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놀토(노는 토요일)’에는 체험학습을 위해 아이와 함께 박물관이라도 다녀와야 한다. 체험학습 보고서는 엄마 몫이다. 이 때문에 체험학습을 시켜주고 보고서 작성까지 도와주는 체험학습 전문 기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
좋은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선 이사도 불사한다. 서울 가락동 가동초등학교는 지난해 1학년이 269명인 반면 6학년은 377명이었다. 서울 목동 월촌초등학교도 지난해 1학년은 185명이었지만 6학년은 339명에 이르렀다. 가동초등학교 관계자는 “주변에 좋은 중학교가 있고, 학교가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 학부모들이 전학을 많이 시킨다”며 “입학 전부터 이 학교에 다니게 하려고 이사오는 경우도 꽤 있다”고 전했다.
◇웃돈 들여 과외 교사=지난해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김모(33)씨는 영어, 발레, 피아노 학원에 아이를 보내면서 월 15만원이었던 사교육비가 50만원으로 뛰었다. 직장에 다니는 오모(33)씨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 학교에서 1학년생에게는 급식을 제공하지 않아 아이가 점심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급식이 되는 피아노 학원을 찾아 월 11만원을 내며 아이를 보내고 있다. 오씨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 |
제 목 : [국민]초등생 맘 스트레스… 또하나의 ‘한국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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