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지방만 문제 더 위험 '포화지방' 잡아라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주부 최은주씨(35, 가명)는 과자나 빵을 살 때마다 뒷면에 있는 영양표시를 꼭 확인한다. 어느날 무심코 빵을 집어들었던 최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에 좋지 않은 트랜스지방이 0g으로 표시된 것은 마땅하지만, 이보다 더 나쁘다고 알려진 포화지방이 무려 12g이나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트랜스지방 잡느라 ‘포화지방’은 뒷전
트랜스지방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저밀도지단백질(LDL)을 증가시키고, 혈전으로 인한 염증을 억제하는 고밀도지단백질(HDL)은 감소시킨다.
따라서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케이크, 과자, 팝콘, 도너츠 등을 즐겨 먹을 경우 심혈관질환 등 성인병 발생률이 급증하기 때문에 이런 음식을 최대한 적게 먹도록 권장되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식품 가운데 일부는 트랜스지방이 0.5 미만일 경우 트랜스지방 '0'로 표시되고 있다. 자칫하면 트랜스지방이 완전히 들어있지 않다고 오해할 수 있는 것.
그러나 문제는 트랜스지방 뿐 아니라 포화지방도 심혈관질환이나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표시는 내년 말에서야 의무화될 전망이다.
포화지방은 트랜스지방에 앞서 많이 섭취했을 경우 혈관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생성된다며 그 해악성이 알려진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에 발간된 미국심장학회 저널에 따르면 포화지방이 주성분인 코코넛 기름으로 만든 당근 케이크과 밀크세이크를 섭취한지 3시간만에 혈류량의 증가로 확장되는 동맥의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이것은 단 한끼의 포화지방 식단으로도 6시간 뒤에는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질의 항염증 기능이 감소된 것으로, 적정수준의 포화지방 섭취가 필수적임을 반증한다.
한강성심병원 신경과 민양기 교수는 “포화지방을 섭취하면 몸에 나쁜 저밀도지단백질이 높아져 뇌혈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전문의들은 트랜스지방이나 포화지방 가운데 어느 한쪽이 더 위험하다고 단정짓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확실한 것은 이 같은 지방을 적게 먹는 형태로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포화지방 많은 식품은 어떻게 먹어야 할까
당연히 내가 먹는 음식에 얼마만큼 포화지방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1일 권장열량의 10%를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일이 따져보기도 힘들뿐더러 삼겹살, 버터, 햄버거 등에 있는 포화지방의 양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에 전문의들은 가능하면 포화지방이 많은 돼지고기, 소고기 등 육류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육류에 붙은 지방을 제거해 살코기만 먹거나, 끓는 물에 데쳐서 기름을 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돼지고기 100g당 약 15.5g, 버터와 돼지기름에서는 각각 51.5g, 40g 가량이 포화지방이다. 따라서 성인의 경우 돼지고기 살코기 200g만 섭취해도 포화지방 권장섭취량인 22.2g 이하를 초과하게 된다.
그렇다고 포화지방이 들어 있는 돼지기름, 닭고기껍질, 전지우유, 치즈, 크림, 코코넛유 등을 기피하고 살 수도 없는 법이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호두, 올리브유 등 불포화지방이 다량 들어 있는 식품과 포화지방이 들어 있는 식품을 함께 먹으면 동맥경화 등을 예방할 수 있다”며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은 신선한 야채와 과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윤주애 기자 yjua@md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