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부산에 사는 장의영(가명·36)씨는 올해로 결혼한 지 3년차 됐다. 하지만 장 씨는 아기를 갖겠다는 자녀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아 너무 걱정스럽다.
시부모, 친척 등 주위사람들이 ‘아직도 소식이 없느냐’고 물을 때 마다 불편한 것이 사실.
장의영 씨는 “아기가 없어서 내 스스로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불안하고, 아이 생각이 간절해서 어느 때는 임신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상상임신이라도 했던 것일까? 장의영 씨는 “한동안은 배가 살짝 불러온 적이 있었는데 임신인 줄 알고 임신테스트를 해보니 음성반응이 나와 실망했었다”고 말한다.
당시 장 씨는 임신을 해야 하겠다는 집착이 강한 상태여서 잠깐 ‘상상임신’을 한 것이다.
◇태아 없어도 배가 불러 온다? ‘상상임신’
상상만 해도 임신을 한다는 것이 재밌는 현상이라 여기기도 하지만 이는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여성의 간절한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아기를 너무 원한 나머지 임신을 하지 않았는데도 몸에서 임신의 징후들이 나타나는 특이한 경우로 상상임신은 실제로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불러오는 증상이다.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박지현 교수는 “상상임신을 하면 생리가 끊어지거나 배가 부르고 입덧이 나타나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임신한 것처럼 비슷하다”며 “갱년기에 가까운 여성, 젊은 여성으로 임신을 매우 원할 경우, 또는 임신을 매우 두려워 할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여성 스스로가 임신이라 믿음으로써 나타나는 상상임신은 그 원인으로는 심리적 상태, 복부 종양 형성, 호르몬 이상으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박지현 교수는 “대개는 심리적인 경우가 많으며, 항불안제로 쓰이는 약에 의해서 유방의 변화와 젖의 분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상상임신은 실제로 임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월경의 중단과 함께 자궁 확장, 월경 기간의 휴지, 입덧, 젖의 분비와 같은 임신의 징후가 나타난다.
임신을 진심으로 원하거나, 역으로 임신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여성의 경우 실제적으로 월경이 없어지거나 입덧이 생길 수가 있다는 것.
하지만 대개의 경우 생리가 계속 있으나 그 양과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하복부가 붓기도 하며 5개월 무렵부터는 태동을 느낀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장의 움직임이나 복부근육의 수축을 태동으로 오인하게 된다는 것.
상상임신으로 배가 부르게 되는 것은 실제 임신과는 달리 자궁이 커져 안에 태아가 있는 것이 아니고, 복부지방증가, 장내 가스 증가 및 복수 등에 의해 복부팽만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박지현 교수는 “요즘은 간편한 임신테스트기도 상용화 되어있고, 산부인과 초기 진료에서 많이 사용하는 초음파 진단기로 인해 임신이 아닌 것이 판명되면 보통 증상이 호전 된다”며 “다만, 임신이 아닌 사실에 여성의 상실감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상상임신 후 충격과 상실감 커 “산후조리 필요”
상상임신은 자신이 임신이 아니란 사실을 인정만 하면, 실제 임신처럼 태아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배부름의 현상이나, 입덧, 그 외 다른 증상들은 쉽게 호전이 가능하다는 것. 문제는 상상임신을 겪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우울감, 불안감에 있다.
이들은 간절히 원하던 아이가 뱃속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과 상실감이 무척 큰 상태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실제 아기를 낳은 산모가 산후조리를 하듯이 상상임신 한 후 가임신 산모도 안정과 보호차원에서 ‘산후조리’가 필요하다.
관동대의과대학 명지병원 이준석 교수는 “당사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다”며 “이들은 자칫 꾀병이나 거짓말이었다는 인식을 품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대해야 하며 당사자의 심리나 문제를 함께 이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상임신은 어찌됐건 당사자가 간절히 원해 뇌가 마치 임신했다고 믿는데서 신체에 증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므로 이후 실제 임신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사자가 체면이 손상됐다고 상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거짓말을 친 것 같은 죄책감도 있을 수 있다.
이에 이준석 교수는 “스트레스 관리의 가장 큰 원칙은 바꿀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선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받아들이는 것이다”며 “만약 실제 임신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면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고 전한다.
아울러 이준석 교수는 “무엇보다 실제 임신을 하는 것이 큰 위로가 될 것임에 정밀한 검사를 통해 임신가능성 여부를 판단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만약 상상임신 후 아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릴 경우라면 정신과 상담을 요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가족들 및 주위사람들의 관심과 이해, 이준석 교수는 “당사자의 임신에 대한 압박감이나 간절함을 함께 공감하는 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은지기자 jej@mdtoday.co.kr |
제 목 : 상상임신도 산후조리 필요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