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BBC 등 해외 언론들은 미국 위스콘신대 줄리오 토노니 교수가 경두개 자기 자극법(TMS)을 이용해 피실험자를 곧바로 ‘서파 수면(깊은 수면)’ 단계와 유사한 상태에 빠지도록 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경두개 자기 자극법(TMS)은 머리에 쓴 헬멧 모양의 장치에서 인체에 무해한 자기 신호를 발생시켜 뇌에 자극을 주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하루 2~3시간의 서파수면으로 8시간의 수면 효과를 내는 ‘수퍼 수면’이 가능한지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내 수면 전문의들은 경두개 자기 자극법이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인정하지만 그것이 건강한 수면을 보장해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일반적인 수면 사이클은 잠들기 시작해 1~2단계(얕은 수면·50%), 3~4단계(깊은 수면·20~25%), 렘 수면 단계(20~25%)로 이뤄지며, 하룻밤 동안 이 사이클이 2~3회 반복된다. ‘수퍼 수면’은 1~2단계와 렘 수면 단계를 생략하고, 3~4단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므로 이것만으로 건강한 잠을 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윤인영 교수는 “건강한 수면을 취하려면 수면의 각 단계를 골고루 거쳐야 한다. 만일 인위적으로 깊은 수면만 취하고 뇌의 정보를 처리하는 렘 단계를 건너뛰면 잠에서 깼을 때 머리가 멍하고 기억력도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퍼 수면’ 기술이 몽유병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할 지의 여부도 검증되지 않았다. 예송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수퍼 수면이 확대 적용되려면 수면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인공적으로 수면을 유도했을 때 수면 단계가 뒤바뀌지 않고, 수면질환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