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중 8명이 환자… 절반이 진료 외면
건보심사평가원 표본조사 분석
1년내 사망률이 일반 사망률의 8배… 합병증 파악률도 절반 그쳐 '관리 부실'
1995년 동네 의원을 찾았던 정모(당시 66)씨는 당뇨병 초기 진단을 받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오른쪽 발이 조금씩 썩어 들어갔다. 2005년 4월에야 대학병원을 찾은 정씨는 결국 다리절단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한 채 10일 후 사망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신모(57)씨는 1996년 동상에 걸린 오른쪽 발 상처가 아물지 않고 썩어가자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당뇨병이 원인임을 알았다.
그러나 이미 말초신경 합병증이 겹쳐 무릎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신씨는 두 번의 수술을 거쳐 무릎 위쪽까지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당뇨병이 소리없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8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1년에 26만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뇨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과 허술한 관리체계 탓에 당뇨병 사망자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당뇨병학회는 11일 ‘2005년 당뇨병 전국 표본조사’를 심층 분석한 결과, 2003년 기준 성인(20~79세) 인구 중 당뇨병 환자가 전국민의 7.75%인 262만4,220명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03년 전국 114개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환자 중 3,902명을 표본 추출해 이뤄졌다. 당뇨병 환자 실태에 대해 전국적인 조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한번이라도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전체의 53.6%(144만6,344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심각한 ‘당뇨 불감증’은 재앙 수준의 사망자 수로 이어져, 진료 시작 1년 내 사망하는 당뇨병 환자가 5만7,138명(사망률 3.95%)에 달했다.
이는 연간 전국민 사망률(0.48%)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치다. 3년 내 사망자는 12만8,764명(사망률 8.5%), 당뇨병 진단을 처음 받은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7.56%였다.
의료기관을 전혀 찾지 않는 당뇨병 환자가 절반에 가까운 현실을 고려하면 당뇨병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 환자의 증가와 관리시스템의 부재는 사회적 비용부담을 초래, 당뇨병 환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평균 220만2,337원으로 국민 1인당 평균 진료비(47만5,779원)의 4.6배나 됐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고려대 의대 백세현(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초기에 심각한 증상이 없어 환자들이 질병상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적절한 진료를 받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관리 부실로 합병증 사망률이 매우 높고 사회에도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에 따라 ▦당뇨병 고위험군 검진과 조기 발견 ▦당뇨병 관리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 차원의 당뇨병 예방과 관리대책을 주문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
1. 규칙적인 식생활을 유지하고 과식을 하지 않는다.
2. 하루 30분 이상, 1주일에 3회 이상 운동한다
3. 적정한 체중을 유지한다
4.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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