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고개드는 여성호르몬 요법..불안은 여전세계적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여성호르몬제가 6월중 국내 출시된다.
그러나 지난 2002년 5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유방암 등 부작용을 이유로 ’여성호르몬 대체요법(HRT)’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중단한 이래 여성호르몬 요법의 위험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폐경기 여성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호르몬요법 위험도 높아 임상시험 조기 중단
NIH는 2002년 5월 폐경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과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아세테이트(MPA)로 구성된 ’프렘프로’를 투여하는 대규모 임상시험(WHI 연구)을 조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임상시험 도중 유방암이나 기타 부작용이 예상보다 더 많이 발생해, 약물로 얻는 이익이 해로움을 넘어선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당초의 연구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면 혈압이 오르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데 착안, 여성호르몬을 장기간 투여하면 심혈관계 질환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에서 WHI연구가 시작됐다. 그러나 임상시험 도중 결과는 기대와는 반대로 나타났다.
당시 5.2년 동안의 관찰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은 여성은 유방암 25% 증가,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사고 29% 증가, 뇌졸중 41% 증가, 폐동맥이 막히는 질환인 폐색전 113% 증가 등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대장암 37% 감소, 자궁내막암 17% 감소, 엉치뼈 골절 36% 감소 등의 긍정적인 결과도 관찰됐으나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수(global index)로는 15% 가량 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최근 WHI 연구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호르몬 요법이 치매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WHI 연구 분석 결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은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 성분을 포함하는 모든 제품에 부작용을 알리는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여성호르몬 치료는 급감했다.
◇새 호르몬치료제 판매 급성장
이후 분자구조가 조금씩 다른 새로운 여성호르몬제가 출시되면서, 여성호르몬제 사용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바이엘 헬스케어의 ’안젤릭’이라는 갱년기증상 완화제의 경우 지난해 판매성장률이 111%를 기록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바이엘 헬스케어에 따르면 안젤릭은 기존의 여성호르몬제와 달리 수분을 몸밖으로 배출해 혈압을 낮추고,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제약회사측은 혈압과 체중에 대한 효과를 근거로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호르몬제의 경우 수분을 몸 속에 잡아두는 효과가 있어 체중이 늘고 혈압이 소폭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WHI연구에서 나타난 유방암 등 우려와 관련, 호르몬요법을 주도하는 폐경학회쪽 의료진들은 부작용 위험이 실제보다 과장됐으며 위험은 주로 60세 이상 여성과 관련된 것인 만큼 갱년기증상을 호소하는 50대 여성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정구 대한폐경학회 회장은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유방암 환자 수가 훨씬 많으므로 WHI연구 결과는 한국 상황에서는 큰 위험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WHI연구에 참가한 여성의 평균연령이 63세임을 고려할 때 50대 여성은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부작용 우려 해소할 만한 증거 아직 없어
WHI연구는 현재까지로는 최대 규모의, 가장 신뢰할 만한 연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미국 FDA 역시 제품 종류에 상관 없이 모든 여성호르몬 제품에 대해 WHI연구 결과를 담은 경고문을 여전히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경고문에는 에스트로젠 단독 또는 프로제스틴 병용 약물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치매 예방을 위해 사용되서는 안된다는 내용과 함께 WHI연구 결과 폐경기 여성에게 심근경색, 노졸중, 유방암, 폐색전, 정맥혈전,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담겨있으며, 특히 호르몬 요법은 최저 농도로 최단기간 시행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약회사측도 새 여성호르몬제가 혈압을 내리고 몸무게를 줄여준다는 효과가 있더라도 이것이 곧 심혈관계 질환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바이엘 헬스케어 관계자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면 몇년간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대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는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치료방법이라면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갱년기증상의 경우 비약물적 요법 등을 우선 적용하고 증세가 매우 심각한 경우에만 최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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