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간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러스성
간질환,즉 B형 혹은 C형 간염의 유병률이 워낙 높아 알코올성 간질환의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간과돼 왔다는 사실이다.
서구에서는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의 약 반수가 2년내 사망,암 못지않은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알코올 중독증의 국내 유병률은 약 30%로 서구에 비해 훨씬 높다. 그만큼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큰 셈이다. 간의 날(10월 20일)을 맞아 알코올성 간질환의
심각성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만성 음주자 75% 지방간=알코올성 간질환은 소주를 하루 평균 반병 이상씩 5년 넘게 마시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오랫동안 술을 마시다 보면 먼저 알코올성 지방간이 발견된다. 만성
음주자의 75% 이상에서 지방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간은 간세포 내에
중성지방이 쌓여 간이 비대해진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간의 무게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넘을 때 진단된다.
서울대병원 내과 윤정환 교수는 “비만이나 당뇨에 의한 단순 지방간은 간에 상처를 주지 않아
원인만 제거하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수년간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지방간 등 간
손상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또 “만약 지방간 상태에서 술을 끊고 결핍된 영양분을 보충해 주면 1∼6주후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그후에도 계속해서 술을 마시면 단순 지방간의 단계를 넘어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변증으로 이어지고,간혹 알코올 금단증상 혹은 저혈당증 등으로 급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지방간 상태에서 음주를 계속하면 10∼35%에서 알코올성 간염이 생기고,그래도 계속
술을 마시면 약 20%에서 간경변증이 발생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발생할 확률은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80∼160㎎(소주 2홉 1병은 알코올 80∼90㎎ 함유)인 경우 정상인에 비해
5배,160㎎ 이상인 경우 25배정도 증가한다.
술은 또 간경변 및 간암의 또 다른 원인인 바이러스성 간질환의 발생도 촉진한다.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강영우 교수는 “과음 상태에서는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이 왕성해지기 때문에
간질환 발생을 돕고 더욱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금주 힘들면,요령있게 마셔라=간질환은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간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질병 초기엔 증세를 거의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별다른 이유없이 전신
쇠약감,구토,식욕감퇴,체중 감소,배 오른쪽 윗부분 불쾌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무심코
넘어가기 쉽다.
치료를 위해서는 완전 금주가 최선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술을 아주
피할 수는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명하게 술을 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술을
마시되 간에 손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는 것이다. 보통 칵테일,양주,고량주 등은
2잔,소주 3잔,맥주는 1병 이하 정도가 적당하다. 음주후에는 2∼3일정도 휴식 기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술을 마시기 전에 뱃속을 든든히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그만큼 빨리 많이 마시게 된다. 물과 함께 천천히 마시면 알코올이 희석돼 덜 취하고 빨리
소변으로 배설할 수 있다. 특히 양주를 마실때는 술 한잔에 물 1컵 정도를 마시도록 한다.
안주를 선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짠 안주는 갈증을 유발,술을 더욱 많이 마시게 하는 반면
두부나 우유와 같은 열량이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안주는 위속에 오래 머물러 술의 흡수를
늦춘다.
윤 교수는 “개인적인 간 건강 관리와 함께 알코올성 간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알코올
중독증의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홍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간학회는 제4회 간의 날을 맞아 오는 19일까지 전국 주요 도시 대학 및 종합병원에서
간염,간경변 등의 간질환을 주제로 무료 건강강좌를 개최한다. 또 19일 오전 7시 서울
남산공원에서는 거북이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kasl.org/liverday)참조.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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