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 김모씨는 요즘 밤마다 열이 오르고 얼굴이 달아올라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가끔
어지러움증과 함께 전에 없던 두통과 요통까지 그를 괴롭히고 있다. 50대 주부 박모씨도 최근
불규칙한 생리와 함께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났지만 남편에게 숨긴 채 혼자
고통을 감내해 왔다. 얼마 전 병원을 찾은 두 사람은 폐경에 의한 갱년기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폐경은 난소 기능의 노화로 인한 생리의 중단을 말한다. 폐경이 되면 여성은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폐경기에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은 여성의 고유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과 함께 각종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동반함으로써,인생의 완숙기에 접어든
중년여성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다. 대한폐경학회가 정한 ‘폐경의 달’(11월)을 맞아
폐경기 여성의 건강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몸 곳곳에서 이상 증세=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만 51세(한국인은 만 48세). 갱년기는 이
때를 정점으로 전후 10여년간을 말한다. 폐경은 여성의 난소에서 난자의 필수재료인 난포가
고갈되면서 더 이상 배란이 되지 않는 상태. 이렇게 되면 난포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이 줄면서 몸 곳곳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갱년기 초기에는 안면홍조 어깨통증 두통 요통 가슴두근거림 숨가쁨 등이 나타나고,땀이
많아지거나 손발이 차가워지는 신체 증상이 생긴다. 또 금방 흥분하거나 식욕부진 불면증
우울증 기억력 감퇴 등의 다양한 정신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폐경 후 2∼3년이 지나면 질건조증 가려움증 배뇨곤란 요실금 성교통 등이 수반되고,7∼8년
후엔 골다공증과 동맥경화 심장병 치매(알츠하이머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양윤석 교수는 “그러나 폐경을 맞은 여성의 25∼50%만이 실제 갱년기
증상에 시달린다”면서 “이 경우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호르몬 대체요법(HRT) 등 약물 치료가 필요한 여성도 있다”고 말했다.
◇호르몬 요법,막연한 공포와 속단 금물=호르몬 대체요법은 부족한 여성 호르몬을 투입함으로써
호르몬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안면 홍조나 질건조증,성교통 같은 폐경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며,골다공증의 예방 및 치료에 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과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발표가 나온
이후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관한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는 “호르몬 치료에 의한 미국인의 유방암
발생 빈도는 0.1%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것의 1/4∼1/6 수준에 불과하며,또 미국의 경우 50대
이후 유방암 발생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50대 이전 발생이 많아 대개 40대 후반에 시작하는
호르몬 투여가 유방암 발생을 높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따라서 호르몬 치료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속단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사전에
적합한 검사를 거쳐 부작용이 적은 약제를 선택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잘 복용하면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신체의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긍정적 자세와 적극적인 성생활 도움=갱년기 증상의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폐경을 자연스런 인생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자세다.
이와 함께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조깅이나 걷기,자전거 타기,테니스 등과 같은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르몬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 특히 30대 이후에는 우유나 멸치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골다공증에 대비해야 한다. 여성 호르몬과 유사한 천연 호르몬(이소플라본)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콩과 두부도 골밀도를 높이고 폐경 증상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폐경기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는 적극적인 성생활도 도움된다. 규칙적인 성 생활은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뇌의 노화와 건망증 진행을 억제할 뿐 아니라,엔돌핀 분비를 늘려 우울증을
에방하고 면역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흔히 ‘폐경=성적 욕구 감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그것은 대개 성교통 같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통증으로 인한 거부감이 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성적 충동을 유도하고 성교 횟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장스여성병원 이인식 원장은 “평균 수명 연장에 따라 여성은 일생의 1/3을 폐경 상태에서
보내야함에도 불구하고,전체 중년여성의 10%만이 병원을 찾는 것이 현실”이라며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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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국민]중년여성 ‘폐경기 우울증’ 극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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