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열이나 가래, 콧물과 같은 감기 증상도 없이 계속 기침만 몇 주 이상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기침을 제외하고는 다른 불편함은 거의 없고 또 어떤 경우에는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어서 단순 감기가 좀 오래가는 것으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침은 그 자체로는 일종의 몸을 보호하는 작용으로 허파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이나 허파에서 만들어진 노폐물들이 쌓이지 않도록 내보내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오래 계속되면 기관지 점막에 상처를 줄 수 있고 기침이 심한 노인들은 요실금 증상을 보이거나 갈비뼈에 골절이 생기기도 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을 밝혀 적절히 치료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현경 인제의대 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주 이상 기침을 계속 하면 만성기침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이 없다는 점이 감기와는 다르고, 가래가 거의 없고 기침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만성기침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관지 천식, 콧물이 목구멍으로 흐르는 후비루 증후군, 위 안의 물질이 역류해 허파로 흘러들어가는 위식도역류질환 등을 꼽을 수 있다.
◇ 성인 천식은 마른 기침만 있을 수도
보통 천식 하면 ‘쌕쌕’거리는 숨 소리와 숨이 많이 차는 호흡곤란을 대표적 증상으로 들지만 이는 어린아이들이 주로 겪는 증상이다. 성인의 천식은 이보다는 그냥 단순 마른기침만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수경 가톨릭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관지 천식의 기침은 단순 감기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계절에 따라 기침이 생기는 등 주기성을 가지고 있고 다른 증상 없이 계속 마른기침만 한다”며 “특히 기관지가 좁아지지 않고 기침만 나는 기침이형천식이 대표적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침이형천식은 계절에 상관없이 생기기도 하고 호흡곤란은 일으키지 않아 병원을 찾는 일이 별로 없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또 어릴 때는 천식이 없었다가 나이 들면서 생겨날 수도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특히 밤중이나 새벽녘에 더 심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목으로 넘어가는 콧물, 만성기침 유발하기도
흔히 ‘축농증’이라 불리는 만성부비동염이 있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 콧물이 나는 환자 일부에서는 콧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목 뒤로 넘어가 기관지로 흘러들면서 기침이 나기도 한다. 이를 흔히 ‘후비루 증후군’이라 부르는데 주로 감기나 비염이 걸리기 쉬운 겨울철에 나타나기 쉽다.
물론 알레르기성 비염은 겨울철과는 관계없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되면 콧물이 흐를 수 있다는 것도 주의할 점이다.
이현경 교수는 “후비루 증후군도 천식과 마찬가지로 밤에 누워 있을 때 증상이 더 심해져 밤잠을 설치기 쉽다”며 “이 증후군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는 알레르기성 비염, 만성부비동염 등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위나 식도의 문제로도 만성기침 생겨
만성기침은 호흡기 쪽에서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목으로 위 안의 물질이 넘어올 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다시 식도로 넘어가지만 일부가 기도로 잘못 흘러들어가 기침을 일으키기도 한다.
목에서 식도와 기도가 나누어지는데 음식물이나 위 안의 액체가 잘못 흘러 기도로 들어가 생기는 기침이다. 이를 위식도역류질환으로 부르며 과식했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초콜릿, 카페인 등을 많이 섭취했을 때 나타나기 쉽다. 이와 함께 비만, 흡연 등도 위식도역류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수경 교수는 “위식도역류 질환은 갑자기 기침을 유발하기보다는 원래 가지고 있다가 점차 심해져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만성 기침을 유발한다”며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 24시간 식도의 산도 측정, 위장관운동검사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술이나 흡연은 그 자체로도 기침을 일으키기도 하며 일부 혈압약은 약물부작용으로 마른기침을 일으키기도 한다. 열과 함께 가래를 동반하는 만성기침은 결핵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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