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국민]가슴에 멍울…“혹시 나도”
'여성암 1위’ [유방암…조기 발견하려면]
밤샘 일이 잦은 모바일 디자이너 Y씨(33)는 지난달 샤워 도중 왼쪽 가슴에 도토리만한 멍울이
만져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몇번의 망설임 끝에 병원을 찾은 결과,유방암 1기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암의 크기가 2㎝가 안되는 데다 임파절 전이도 일어나지 않아 완치가 가능하며 유방
또한 절제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 안도했다.

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유방암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여성암 중 발병률
1위다. 특이한 것은 젊은 환자가 많다는 점.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서구에
비해,한국 여성의 유방암은 35세 이후에 급격히 증가해 40대에 정점을 이룬다. 때문에 40세
이전 발병률이 전체의 25%나 된다.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을 기피하는 등 유방암 위험 요인인 여성 호르몬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진 것이 주된 이유. 최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잦은 야근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암 연구소가 6개월정도 야근을 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나 높다는 결과를 발표해 주목 받았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줄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요즘 스트레스와 잦은 야근 등으로
유방통을 호소하거나,유방에서 멍울이 잡혀 병·의원을 찾는 직장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유방의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모두 암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김미혜유클리닉 김미혜 원장은 “가슴에서 만져지는 멍울의 90%는 양성 종양으로 전이되지
않으며 생명에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면서 “따라서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유방암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 “유방암이라
하더라도 조기에,즉 암의 크기가 작고 전이되기 이전 상태에서 발견하면 거의 100%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 자가 진단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월 1회 자가 촉진 생활화=유방의 자가 검진은 연령에 상관없이 한달에 1번씩 실시해야 한다.
폐경 전 여성의 경우,유방은 생리 주기에 따라 그 크기와 통증 정도가 변하는 데,생리가 끝난뒤
3∼4일후가 유방 검진에 가장 적당한 때다. 생리로 뭉친 유방 조직이 자연스런 상태로 풀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만약 생리기간 중 유방의 멍울이 발견된 경우에는 1∼2주
정도 기다렸다가 재검진을 해야 하며,이때도 만져지는 멍울이 있다면 전문의에게 임상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멍울은 유방조직에서 자란 비정상적인 혹을 말한다. 우리나라 여성은 물컹한 지방 조직이 많은
서구 여성과 달리,유선 조직이 단단한 형태로 이뤄진 ‘치밀 유방’이 많아 멍울이 자주
만져진다. 때문에 이 단단한 부위를 암덩어리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방암은 단단한 조직이 새롭게 생겨 자라는 종양이므로,부드럽던 부위에서 단단한
부위가 생길 경우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유방암 멍울은 커지게 되면 바같쪽으로
돌출되거나,반대로 주변의 유방조직을 끌어당겨 그 부위가 함몰돼 보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멍울 다음으로 많은 유방암 증상은 유두 분비물. 맑은 물 같은 장액이나 우유같은 분비물
보다는 피가 섞인 혈성 분비물인 경우,특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두
분비는 암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밖에 피부의 함몰이나 부종,겨드랑이의 멍울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특히 피부에 변화가 생기면 이미 상당히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빠른 시일내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연령에 따른 맞춤 검진=특수 방사선을 이용하는 유방 촬영술은 일반적인 흉부 X선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이 50배나 많다. 방사선이 분산되지 않고 유방에 집중 축적되는 데다,나이가
어릴수록 방사선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20∼30대 여성이 유방암 검진을 위해 매년
유방촬영을 하면 오히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20대는 우선 초음파 검사를 먼저 시행함으로써 방사선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고,검진의
정확도 또한 높일 수 있다. ‘치밀 유방’이 많은 우리나라 여성들은 유방 촬영 사진만으로는
유방암을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0대는 한국 여성 유방암의 1/4을 차지할 만큼 위험도가 높다. 매년 유방 진료를 받되 유방
초음파 검사를 위주로,필요한 경우에만 유방촬영 검사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40대 이후부터는 매년 유방 촬영술 및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 물론 증상이 있는 경우는
나이에 관계없이 유방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는 등 고위험군
여성이라면 25세 이후부터 6개월마다 유방 초음파 검사를,매년 유방촬영술 검사를 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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