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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조선]30세 이후의 뱃살, |
내장형비만은 각종 합병증 유발
필자는 최근 미국 마이애미 인근에서 열린 북미(北美)비만연구자협회 주최 연례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많은 연제들이 발표됐는데 아시아인과 서양인(백인)이 비만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는 연제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베이징에 사는 중국인과 뉴욕에 사는 중국인, 그리고 뉴욕에 사는 백인을 대상으로 하여 복부비만의 정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베이징에 사는 중국인이 상대적으로 복부비만이 더 심하다는 것이다. 한국인도 중국인과 유사한 인종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서양인에 비해 복부비만이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요즘 뱃살 때문에 고민하는 중년이 적지 않다.
협심증·심근경색·뇌혈관 경색 등 왜 비만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미용상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만이 심혈관질환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 있다. 비만과 심혈관질환의 관련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비만 중에서도 뱃살(복부비만)이다.
복부비만은 피하(皮下)형과 내장(內臟)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피하형은 말 그대로 복벽(腹壁) 바깥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말하며 내장형은 복강(腹腔) 내 내장 사이사이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뱃살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내장형 복부비만 때문이다. 인체는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남은 중성지방을 지방세포에 저장했다가 필요시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복강 내 지방세포는 쉽게 지방산으로 분해되어 혈액 속으로 나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혈액 내 지방산이 과다해지면 근육과 간에서 인슐린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인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려고 한다. 이때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기능항진 상태에 빠져 고인슐린혈증(혈액 내 인슐린의 농도가 과다하게 높아지는 현상)이 유발된다. 고인슐린혈증은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혈관 경색 등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한다.
의사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뱃살을 빼라”고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자 35.4인치 이상이면 곤란, 복부비만을 손쉽게 측정하는 방법은 허리둘레를 재는 것이다. 배꼽 부위에서 수평으로 허리둘레를 재는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배가 나와서 아래로 처진 경우 배꼽보다 윗 부분에서 재면 된다. 남자는 90cm(35.4인치) 이상, 여자는 80cm(31.5인치) 이상인 경우를 복부비만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입고 있는 바지의 허리 사이즈를 살펴보는 것이 건강생활을 위한 한가지 지혜가 될 것 같다.
뱃살이 피하형인지 내장형인지는 허리둘레를 재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최근에는 복부CT(전산화단층촬영)를 이용하여 내장지방의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 여기서 피하형 복부비만으로 판별되면 건강상 위험도는 훨씬 줄어든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 스모 선수들의 뱃살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뱃살은 남녀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여성은 사춘기가 시작되면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체지방이 더 많이 증가하지만 남성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여성보다 근육이 더 많이 증가한다. 남성은 목, 어깨, 복부가 주요 지방 저장소이며 여성은 엉덩이와 대퇴부에 주로 지방이 저장된다. 이 때문에 흔히 여성은 둔부형 비만, 남성은 복부형 비만이라고 한다. 여성은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고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면서 복부비만, 특히 내장지방이 증가하게 된다.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고인슐린혈증이 쉽게 발생한다. 폐경 이후 여성에게서 심혈관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는 원인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남성도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복부지방은 증가한다.
비만은 일차적으로 과잉 공급된 에너지에 의해 일어난다. 여러 호르몬의 변화가 복부비만을 더 잘 유발하게 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도 만든다. 성호르몬의 차이에 따른 남녀간의 비만유형이 차이를 보이는 점이나 나이가 듦에 따라 성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면서 복부비만이 더 잘 나타나는 점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30대 이후 생기는 뱃살은 대부분 내장형 비만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중년의 뱃살은 건강의 심각한 적이다. 그렇지만 뱃살을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시행할 경우 가장 먼저 빠지는 부위가 내장지방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아주대 의대 교수ㆍ내분비대사내과학 djkim@madang.ajo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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