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코앞에 둔 요즘, 송년회 술자리 약속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회포를 풀고 한해의 힘든 기억들을 떨쳐내는 건 좋지만 술이 약한 사람들은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여성이나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사실 주량은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고 키가 다른 것처럼 개인마다 제각각이다. 주량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양인데 이는 유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탄산음료 섞어마시면 되레 빨리 취해
물.얼음 타는 건 괜찮아
많이 떠들고 노래하면 알코올 분해에 도움돼
두부.땅콩.해물.과일등 안주 충분히 먹어야
그러나 술을 계속 마시다 보면 알코올 분해 효소 양이 일정 정도 늘어나 술 마시는 양이 늘어나나 분명 한계는 있으며 그만큼 간 기능의 손상도 불러온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술이 약하다. 남성에 비해 몸속의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은 것은 물론 활성도가 낮기 때문이다. 또 선천적으로 몸의 표면적과 몸의 수분 총량이 남성들에 비해 적어 술을 마시면 핏속 알코올 농도가 높게 유지돼 빨리 취한다. 여성호르몬이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동을 방해하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이 술 마실 기회가 적어 익숙하지 못한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술이 약한 사람들은 소량의 술에도 얼굴이 붉어지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온몸이 가렵거나 구토 등의 증상을 빨리 보인다. 일부 사람들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며 술이 약한 사람들에게 술 마시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술을 마시고도 술자리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거나 술 주정을 하지 않는 것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결국 술에 취한 정도는 똑같다.
일부 술이 약한 사람들은 소주나 양주와 같은 독한 술을 탄산이 든 음료수에 섞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술을 더 빨리 취하게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소주를 탄산수로 희석하면 입의 감촉이 좋아지고 알코올 도수를 낮춰 마시기 쉽다고 하나 이렇게 마신 술이 위 속으로 들어가면 위액과 반응해 탄산가스와 물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해서 생긴 탄산가스는 위 점막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위 점막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위에서 알코올이 빨리 흡수하게 해 핏속의 알코올 농도를 더 빨리 올리는 것이다. 결국 탄산음료는 술이 더 빨리 취하도록 돕는 것이다.
여러 술을 섞어 먹는 것도 술 도수를 낮춰 많이 마시게 할 뿐이다. 각각의 술에는 첨가물 또는 불순물이 들어 있어 이것들이 섞이다 보면 알코올 분해를 떨어뜨리거나 두통, 발열, 속쓰림 같은 여러 증상을 일으키기도 훨씬 더 쉬워진다.
이에 따라 탄산수로 술을 희석해 마시기보다는 물이나 얼음으로 희석해 마시는 것이 그나마 낫다.
무엇보다도 술이 약한 사람들이 술을 적게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술을 꼭 마셔야 한다면 본인이 술에 약한 사람임을 말하고 작은 술잔에 받거나 같은 잔이면 반잔 이하로 받는 등 술을 적게 받아 천천히 마시도록 한다. 되도록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노래를 하거나 가능한 한 적당히 움직이면서 마셔 알코올 분해를 돕는 게 좋다.
몸속의 알코올 농도를 떨어뜨리고 알코올 배출에 도움을 주는 물이나 얼음을 같이 먹는 것은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또 술을 마시기 전이나 마시면서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및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콩 및 두부류, 호두와 땅콩 같은 견과류, 해산물, 우유, 녹황색 채소, 과일 등을 충분히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신은 금물이지만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음료를 미리 마시는 것도 일부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다.
술을 매우 잘 마시는 사람, 곧 술이 센 사람들은 송년회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최근 러시아에서 보드카 마시기 대회에서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5명이 응급실로 실려가는 등 과다한 음주는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에 강한 사람이라도 간을 손상시키는 주량의 한계는 마찬가지여서 하루 알코올 50g(소주 3~4잔, 맥주 2병 또는 위스키 4분의 1병)을 넘겨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이렇게 권장된 것보다 적게 마신다 하더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거르는 것이 좋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도움말=윤수진 을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정준표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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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한겨레]송년회 줄서도 술엔 줄서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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