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뇌이상 착각 겁먹지 말라
40대 중반의 P씨는 최근 특별한 이유없이 귀에서 소리가 나는 듯 하더니 몇시간 뒤 하늘이 빙글 빙글 돌고 헛구역질이 나는 것을 경험했다.
평소 건강에 각별한 관심이 있던 그는 황급히 신경과로 달려갔다. 고혈압에 의한 뇌동맥경화나 뇌종양같은 중병을 의심했던 것.
그러나 그의 병을 확진한 곳은 의외로 이비인후과였다. 병명은 내이염에 의한 ‘돌발성 난청’. 큰병이 아닐까 걱정했던 P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지러움증 만큼 환자들의 호소가 다양한 질병도 없다. 단순히 ‘어지럽다’에서 ‘빙글빙글 돈다’,‘어질어질하다’ ‘핑 돈다’ ‘땅이 꺼지는 것 같다’ ‘붕 떠 있는 것 같다’ 등 표현법도 각양각색이다. 때문에 의사들도 헷갈릴 때가 많다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김지수 교수는“어지러움증은 전체 인구 10명 중 한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증상이나 원인 질환이 워낙 다양해 진단이나 치료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환자가 어지럽다고 표현하는 증상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어지러움증의 80% 이상이 귓속(내이)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따라서 그 원인만 치료하면 회복되므로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구자원 교수는 “귀에 이상이 있을 경우 대체로 ‘자신 주위의 물체가 빙빙 돌아가는 듯한 어지러움증’을 느끼게 되며 귀울림이나 난청 혹은 구토,오심이 동반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증상은 대개 내이에서 몸의 균형을 맡고 있는 말초 전정 기관 또는 중추 신경계 손상으로 나타난다.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러움=귀 이상이 원인인 어지러움증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로,특정 체위나 자세에서 어지러움증이 느껴진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양성’이란 표현은 치료하면 쉽게 낫는다는 뜻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숙일 때 잘 느껴진다. 특히 요즘처럼 움직임이 적은 겨울철에 증상이 심하다. 짧게는 몇초동안,길게는 몇분간 지속되는데 가만히 있으면 5분이내에 가라앉는 것이 특징. 하지만 방치하면 신경과민이나 우울 증상을 합병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귓속 전정 기관에 들어있어야 할 돌가루(이석;耳石)가 빠져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한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칠 경우 흔히 발생하나,상당수는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발생,감별하기가 쉽지 않다.
노인들에게 흔하지만 최근엔 중년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귀 질환 전문 서울 미래이비인후과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내원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사람의 44%가 40∼50대 중년인으로 조사됐다.
이 병원 박현민 원장은 “체위성 어지러움의 50% 이상은 저절로 회복되지만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일상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경우 원인이 되는 반고리관 안의 돌가루를 빼내는 위치 교정술로 90%이상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정 신경염 어지럼증=한쪽 귀의 전정 기관을 담당하는 신경 기능이 일부 또는 완전히 없어져 발생한다.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바이러스 감염 때문일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횡행하는 겨울철에 자주 발생하고,환자의 절반은 증상 전에 감기를 심하게 앓은 병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새벽녘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환자들은 건강한 귀 쪽으로 누우려는 경향을 보인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증세가 조금 덜하나 머리를 조금만 움직이면 다시 심해진다. 초기엔 약물로 치료하고,이후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해 전정 기능(평행 기능)이 정상화되도록 해줘야 한다.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메니에르병=한쪽 혹은 양쪽 귀 모두에 액체가 꽉 찬 느낌이나 압박감이 먼저 나타나고,청력 손실과 귀울림이 동반된다. 잠을 잘 때 전정신경염의 경우와 달리 병이 있는 귀 쪽으로 누우려는 특징이 있다. 멀쩡히 서 있다가 갑자기 쓰러지거나,앉아 있는 상태에서 고개가 갑자기 푹 숙여지기도 한다.
내이에 있는 내림프액의 압력이 높아진 것이 원인. 급성일 경우에는 평평한 바닥에 몸을 눕히고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고 눈을 뜬 채 고정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치료는 약물과 식이요법을 함께 한다. 약물은 이뇨제를 사용하는데,내림프액의 양을 줄여 증상을 줄여준다. 식이 요법으로는 저염식을 쓴다. 염분과 당분이 내림프액을 증가시켜 내림프액의 압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80∼90% 치료 가능하다.
◇외림프액 누공 어지럼증=내림프액과 외림프액은 이중으로 내이 감각세포를 둘러싸고 있는데,이는 외부와 차단된 단단한 뼈 안에 들어있다. 이 뼈가 어떤 이유로 파괴돼 외림프액이 달팽이관이나 전정기관,반고리관으로 새어나오면서 내이의 압력이 떨어져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무거운 것을 들다가 갑자기 귀에서 ‘뻥’하는 소리가 들린 후 어지러움증이 생기고,청력이 약해진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약화되지만 무거운 것을 들면 도진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반복되고,기운을 쓸 때 심해지는 것이 특징.
머리를 다치거나 비행,다이빙 등 갑작스러운 기압의 변화에 노출되었을 경우,귀 수술을 받은 후에도 나타난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볼 때나 코를 풀다가 발생되기도 한다.
박 원장은 “외림프액이 새는 구멍이 크지 않은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막히기도 한다”면서 “1∼2주동안 힘쓰는 행동을 자제하면 저절로 좋아진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고막을 들어 올리고 외림프액이 새는 곳을 막아주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박 원장은 덧붙였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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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국민]빙빙도는 어지럼증 알고보니 귓속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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