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받아야하는 포경수술 10% 불과
'포경수술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포경수술의 적기라 할 수 있는 겨울방학을 맞이해 남자 어린이를 둔 부모들이 가져봄직한 고민이다. 최근 일률적인 포경수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포경수술이 의사들의 과잉진료와 미국의 그릇된 문화 때문으로 해석한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획일적인 포경수술이 문제일 뿐 포경수술은 여전히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찬반론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것은 국내에서 포경수술이 지나치게 많이 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어나자마자 통과의례처럼, 또 이 시기를 놓친 경우에도 사춘기 이전에 대부분 시술을 받는다.
포경수술이 국내에 보급된 것은 광복 이후 미국 문화가 국내에 도입되면서부터다. 포경수술은 원래 유대인의 전통적 종교의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미국에서 남아 60%가 수술을 받을 정도로 확산했다. 성병과 요로감염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1950년대 이후 잇따라 발표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40세 이하 남성의 80%가 포경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999년 미국소아과학회는 포경수술의 의학적 이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아기가 요로감염증에 걸릴 확률이 1%(포경수술을 받은 아기는 0.1%)에 불과해 통계학적으로 질병 예방 측면에서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또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자가 음경암에 걸릴 확률도 그렇지 않은 남자에 비해 세배 높지만 음경암은 해마다 1백만명에 한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암이라는 것이다.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이 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작다는 보고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병 유무는 포경수술 여부보다 개인의 생활태도에 좌우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수술로 잘려나가는 포피가 나이 들어 성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청결을 내세운다. 귀두를 포피가 덮고 있는 상태에선 분비물과 피지가 계속 쌓여 지저분하고 냄새도 날 수 있다. 특히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음경이 발기되기 전후의 길이 변동이 크다. 평상시 귀두를 덮는 포피가 병균이 서식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포피가 뒤로 젖혀진 후 귀두 부위가 장기간 조여질 때, 또 이곳이 자주 심하고 발갛게 붓거나 통증을 일으킬 때, 포피와 귀두 사이의 공간에 소변이 고이고 분비물 찌꺼기나 결석이 존재할 때 등이다. 이 밖에도 포피가 염증을 일으켜 들러붙거나 배뇨장애를 일으킨 경우, 첨규성 고름과 같은 성병이 동반될 때도 포경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요도 끝이 음경 중간에 열린 요도하열이나 음경에 굴곡이 있는 경우 포피를 이용해 요도 성형수술을 시행해야 하므로 수술을 받아선 안된다.
문제는 의학적 판단으로 수술하는 사례는 10% 내외라는 것이다. 나머지 90%는 의학적 판단보다 정서적.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수술 여부가 결정된다. 결국 포경수술을 받는 것은 의사보다 환자가 결정해야 한다. 깨끗하게 관리할 자신이 있으면 굳이 수술받지 않아도 되며, 이것이 귀찮다면 간단하게 제거해버리면 된다.
포경수술은 신생아의 경우도 통증을 느끼므로 태어나자마자 바로 하는 것보다 국소마취를 견딜 수 있는 초등학교 5~6학년 무렵이 좋다.
◇도움말 : 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이동수 홍보이사,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백남선 교수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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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중앙]'고래' 잡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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