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실리콘 시술 ‘위험천만’
소위 ‘돌팔이’로 불리는 무면허 시술자에 의한 불법 성형술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이같은 불법 시술은 대개 값싼 가격에 은밀히 성형받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주로 가정집이나 미용실 등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성형에 사용되는 재료도 공업용 실리콘이나 파라핀,바세린 등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들이다.
이로 인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무엇보다 재수술을 해도 원상복구가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선 성형외과 등엔 특히 공업용 실리콘 주사를 맞고,부작용으로 재수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가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서울 신사동 VIP성형외과의 경우 지난 한햇동안 실리콘 주사를 맞고,재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가 42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위별로는 코(32명),볼(6명),이마(4명)순이었다.
이 병원 이명주 원장은 “수년전에는 눈이나 코 성형 등에 부작용이 생긴 환자가 오는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볼,입술,유방,주름살 제거,심지어 안면 윤곽 수술에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이 경우 재수술을 하더라도 처음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정신적으로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 따른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얼마전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시달리던 환자가 무면허 시술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도 40%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용 실리콘=성형 수술시 얼굴이나 가슴 부위의 모양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일정 부피와 모양을 갖는 재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삽입물 중 하나가 실리콘.
현재 일선 성형외과에서 사용되는 실리콘은 불순물없이 고도로 정제된 ‘실리콘 고무’다. 이는 FDA(미국식품의약청)가 인체내에 삽입해도 좋은 안전 물질로 승인한 재료다. 국내에서도 이미 30년전부터 사용되고 있다.
많이 사용되는 부위도 코,이마,턱끝,가슴(삽입되는 주머니의 겉표면에 사용) 수술 등 다양하다. 특히 모양을 만들거나 다듬기 쉽고,유연성이 좋아 코처럼 움직임이 많은 부위를 성형할 때 삽입물로 많이 쓰인다.
◇부적절한 사용이 문제=실리콘 사용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실리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부적절한 수술로 인한 것이 많다. 환자나 의사의 욕심으로 인해 무리하게 조직을 높이거나 실리콘 모양 제작 및 조각 미숙,수술시 부주의로 인한 세균감염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흔히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얇은 피부 아래 삽입하거나 조직을 무리하게 많이 높일 경우,피부가 얇아지거나 붉어지고 혹은 드물게 햇빛에 비쳐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코끝 수술시 흔하다. 인공 물질이므로 자기 조직보다는 감염(염증)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는 것도 단점.
또 유방 확대술에서 실리콘을 체내에 삽입할 경우 실리콘 주변에 섬유 조직으로 된 얇은 막(캡슐)이 형성되는데,드물게 이 반응이 지나쳐 구형 구축(단단해져 모양이 일그러짐)이 생길 수도 있다. 대개 가슴이 좀 단단해지는 정도지만 심한 경우,삽입물의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공업용 실리콘 주사는 금물=공업용 실리콘 액체는 인체에 사용할 수 없는 물질로 체내에 주입하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여기에는 불순물 뿐 아니라 다양한 첨가제까지 포함돼 있어 독성이 강하다.
액체 실리콘을 주입한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이물질 이동,염증 발생,피부 변색 또는 괴사(썩는 것),악성 종양 등 무수하다.
서울 엔제림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부작용은 시술후 보통 5년 내지 15년 후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발견할 수 없고,일단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하면 치료가 쉽지 않고 재수술을 한다고 할지라도 완전 제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는 액체가 살속에 들어가 인체 조직과 엉겨붙어 딱딱하게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액체 실리콘이나 파라핀 등으로 유방을 부풀린 여성은 가슴 조직 역시 딱딱해져 유방암과 구별하기 어렵게 된다.
이명주 원장은 “고체 실리콘이라면 제거할 수 있지만 액체 실리콘은 완벽하게 제거하기도 어렵고,유방 섬유 조직으로 흘러들어가 자칫 가슴 조직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입된 실리콘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중요 장기(뇌,안구,허파 등)에 색전증(혈관을 막아버림)을 일으켜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그밖에 파라핀,바셀린 등을 주입하는 경우에도 나타나는 부작용은 실리콘과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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