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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파이낸셜]여성흡연 폐질환 위험 남자보다 높다 |
‘여성 흡연자가 남성 흡연자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하면 성차별주의적 발상일까.’
최근 케이블TV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인 사라 제니카 파커는 극중 미국 뉴욕 맨하튼에 거주하면서 유명 잡지사에 칼럼을 기고하는 성공한 독신여성. 그러나 유독 극중 그녀는 일을 하거나 자유시간 중에 흡연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여성들은 흡연을 사회적 굴레나 남여평등의 한 아이콘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을 각종 질병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국내사정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지난 2002년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국내 여성흡연율은 5.9%로 2001년의 3.1%에 비해 약 2배가량 늘어났다. 또 지난 1997년 여고 3년생의 흡연율은 2002년 전체 여성흡연율을 상회하는 7.3%로 조사됐다.
오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갈수록 늘어가는 여성 흡연자의 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여성의 폐는 더욱 고달프다=여성이 남성에 비해 흡연에 취약하다는 연구는 이미 많이 발표돼 있다.
지난 1994년 미 의학협회(AMA) 협회지는 “여성흡연자의 경우 기관지가 흡연이나 매연 등 외부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면서“염증반응이 심해지고 기관지 수축과 폐 기능을 감소시키는 ‘기관지과민반응’은 남성(62.5%)보다 여성(약 87%)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흡연자에게 위험질환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경우 여성흡연자는 남성에 비해 더욱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COPD는 흡연을 시작한 뒤 20∼30년 동안 아무런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된 이후에나 각종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가족중 COPD가 있는 경우 역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욱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2000년 미 하버드대와 유타대학의 연구결과 확인됐다.
하버드대 등이 심각한 COPD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위해 남성과 여성의 1초간 강제호기량과 강제폐활량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 각각 COPD환자의 여성 가족은 64.2∼98.6%, 남성가족은 74.1∼99.9%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흡연으로 인한 영향을 덜 받았다.
한편, 흡연은 또 폐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기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연구결과를 보면 10∼18세 소녀가 담배를 피우면 폐 기능 발달이 매년 1.09%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0.2%인 소년들에 비하면 약 5.5배 더 피해를 입는 셈이다.
◇여성의 폐는 왜 더 약한가=같은 기간동안 같은 양의 흡연을 했을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걸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연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의 폐가 남성보다 약하다고 보는 것은 여성의 체격이 남성보다 작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즉 여성의 폐면적이 남성의 폐면적보다 작기 때문에 단위 면적 당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연하면 누가 더 효과적일까=서울대 호흡기내과 심영수 교수는 “흡연자는 일반인보다 폐 기능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45세 이전에 금연할 경우 폐기능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큰 만큼 금연으로 인한 효과도 더 크다고 심교수는 지적했다.
지난해 미 미네소타대와 미국국립심폐혈액연구소(NHLBI)가 공동으로 35∼60세 흡연자 5300명을 5년간 추적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금연한지 1년후 여성의 폐 기능은 3.7% 증가한데 비해 남성은 이의 절반 수준인 1.6%밖에 개선되지 않았다. 또 지속적으로 금연한 흡연자를 관찰한 결과, 여성의 금연효과가 남성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COPD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이미 흡연으로 인해 폐 기능이 손상됐다면 흡연을 시작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폐 기능을 강화시켜 COPD의 공포를 줄일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생활속에서 간편히 할 수 있는 것은 호흡기를 자극하거나 폐 기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각종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독감 유행철에는 최소 6주전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자주 손을 씻는 등 전염성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
또 평소 매일 5∼15분씩 3∼4회 규칙적으로 걷거나 입술을 오므리고 숨쉬기를 계속하면 신체의 산소이용능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높여줄 수 있다.
간혹 폐 기능이 안좋은 환자들은 성생활을 피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하면 성생활로 인한 각종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심교수는 설명한다.
한편 COPD의 치료제는 현재 1일 4회 복용하는 약물이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 하루 한번만 복용해도 COPD로 인한 급작스러운 호흡곤란을 완화하는 등의 효과가 있는 베링거잉겔하임의 ‘스피리바’라는 약물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은 바 있다. 이약물은 국내에서는 올 3·4분기중에 시판될 예정이다.
/ kioskny@fnnews.com 조남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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