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 변성]
녹내장,당뇨망막증과 함께 실명(失明)을 낳을 수 있는 3대 눈 질환인 ‘황반변성(AMD)’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황반 변성은 60세 이상 노인 인구의 약 1.7%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구에서는 이미 녹내장,당뇨망막증을 제치고 성인 실명 원인 1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환자수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3년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안과팀의 조사에 따르면,지난 2000년 총 353명이던 황반 변성 환자가 2002년에는 모두 849명으로 2.4배나 증가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000년 223명에서 2002년 416명으로 배가까이,세브란스병원은 2000년 130명에서 2002년 433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서울대병원 안과 정 흠 교수는 “황반 변성은 노인 인구의 증가,서구식 식생활,흡연,자외선,고도 근시 등이 위험 인자로 추정되고 있지만,이중 가장 확실히 밝혀진 것이 흡연”이라면서 “담배를 피우면 황반변성의 위험이 2.4배 높아지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전엔 노인환자가 많았으나,최근엔 비교적 젊은층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
황반이란 눈 뒤쪽 망막의 한가운데 초점이 맺히는 부분으로,사물을 보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황반 변성은 노화로 인해 ‘드루젠’이란 퇴적물이 망막 아래 ‘맥락막’에 쌓이고 신생혈관이 생겨서 시(視)세포가 파괴되는 병이다. 초기엔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굽어 보이고,그림을 볼때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다 점점 심해져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정 교수는 “황반 변성은 황반이 산화(酸化)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흡연이나 인스턴트 음식 등은 산화 과정에서 ‘자유기(free radical)’라는 유해산소를 생성,망막을 손상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비타민C나 E,미네랄 등 항산화 식품들이 황반 변성 예방에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권오웅 교수는 그러나 “신생 혈관이 터지거나 신생혈관으로부터 배출물이 흘러나오는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황반의 기능이 급속히 손상돼 수주 안에 시력이 나빠지며,빠르면 2개월부터 늦어도 3년 이내에 실명을 초래한다”면서“이 경우 한번 손상된 시력은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습성 황반 변성도 조기에 발견해 증세 악화를 막는 치료를 하면 실명을 방지할 수 있다. 신생 혈관의 위치가 황반 중심을 벗어나 있으면 레이저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 그러나 상당수의 환자는 황반 중심에 신생 혈관이 있어 레이저 치료를 하기가 불가능하다.
최근 이런 경우에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물을 정맥 주사한 뒤,약한 레이저로 혈관을 파괴함으로써 시력 저하를 막아주는 ‘비쥬다인 치료법’이 도입돼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법은 정맥으로 비쥬다인 약물을 투입한 뒤,망막이 손상되지 않을 정도의 약한 레이저를 쏘아 주면,황반 아래 맥락막 신생혈관이 선택적으로 제거돼 시력이 계속 저하되는 것을 막아준다.
최근 발표된 비쥬다인 장기(36개월)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황반변성 환자가 치료받지 않을 경우 3개월만에 상실되는 시력을,비쥬다인으로 치료할 경우 최장 3년까지 유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팀이 6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비쥬다인으로 치료했더니,1년후 환자의 약 85%,2년후 약 75%에서 시력이 유지되거나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권 교수는 “3월부터 비쥬다인이 보험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도 한층 줄어들었다”면서 “그러나 한번의 시술로 완전히 치료되지 않아 여러번 치료해야 하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황반변성의 증상
-글자체가 흔들려 보인다
-직선이 굽어보인다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글자의 공백이 보인다.
-그림을 볼 때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야 가운데가 흐릿하다. 시야 중심에 검거나 빈 부분이 있다.
-시력이 떨어진다.
-물체가 찌그러져 보인다(변시증)
-물체의 색이 이상하게 보인다(변색증)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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