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철분제는 영양제가 아니다
장기 복용·과다 섭취땐 중독·설사 부작용
육류·비타민함유 음식 함께 먹으면 효과
성장이 빠른 어린이는 종종 체내 철분이 모자라 생기는 ‘철 결핍성 빈혈’이 잘 생긴다. 이 때문에 흔히 철분제를 복용, 하지만 철분제를 영양제 정도로 여기고 빈혈이 의심될 때마다 임의로 철분제를 오·남용하면 되레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분은 체내 곳곳에 산소를 실어 나르는 적혈구 내 혈색소(헤모글로빈)의 주요 성분이다. 따라서 철분이 부족하면 혈색소가 모자라고 빈혈이 온다.
철 결핍성 빈혈의 증세는
대부분 서서히 진행돼 초기에는 엄마도 잘 모르고 지낸다. 통상 아이 얼굴이 창백해 보이고, 밥을 잘 먹지 않고 잘 놀려고 하지 않으며, 보채고 칭얼거리기만 한다. 주위에 무관심해지고 흙이나 종이 등을 먹는 아이도 있다.
빈혈이 심해지면 면역이 떨어져 감기 등 호흡기 감염에 자주 걸린다. 두뇌 발달도 늦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소아과 의사의 진찰과 혈색소·적혈구·철분 상태 등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춘기 청소년에서도 철 결핍성 빈혈로 창백한 피부, 피곤, 현기증, 집중력 결핍, 운동시 호흡 곤란 등을 보일 수 있다.
철분제 언제 어떻게 복용하나
어린이는 고열 감기, 인두편도선염, 중이염, 폐렴, 요로감염 등 급성 감염 질환에 의해서도 빈혈이 잘 온다. 이런 빈혈은 원인 질환이 치료되면 회복된다.
그러나 이때 무심코 철분제를 복용하면 철분 성분이 박테리아 등 병원성 미생물이나 염증에 관여하는 세포에 영양을 공급, 오히려 세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병을 악화시킨다. 또한 단순히 어지럼증이 있거나 창백해 보인다고 철분제를 과량 복용하면 설사, 복통, 구역질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혈액 검사 등을 거쳐 철 결핍성 빈혈로 진단되면 통상 철분제를 2~3개월 복용해야 한다. 체내에 고갈된 철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분제 복용 후 빈혈 증세는 일주일 이내에 좋아지고, 한 달 쯤이면 혈색소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강북삼성병원 소아과 정혜림 교수는 “철분제를 임의로 끊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오랫동안 복용해도 철분제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혈액 검사 수치에 따라 용량과 복용기간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 결핍 빈혈 예방하려면
성장이 빠른 생후 6개월부터 만 3세까지는 충분한 철분 공급이 중요하다. 태어날 때 엄마의 철분을 받기 때문에 6개월까지는 빈혈이 생기지 않는다. 모유가 우유보다 철분 흡수가 잘되므로 모유 수유가 권장된다.
아기가 5~6개월이 되면 균형 있는 이유식을 통해 철분을 공급해 줘야 하고, 급속하게 성장하는 사춘기에도 마찬가지다.
철분이 많은 음식은 쇠고기, 쇠간, 달걀 노른자, 굴, 대합, 바지락, 김, 미역 등이다. 특히 육류에 있는 철분이 체내 흡수가 잘 된다. 돌 때까지는 달걀 노른자나 곡물에 들어 있는 철분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
정 교수는 “비타민 C가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므로 과일, 채소 등 비타민이 많은 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유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지만 철분은 부족하다. 우유를 많이 먹는다고 빈혈이 좋아지지 않는다. 더욱이 생우유를 하루에 500㏄ 이상 과량 섭취하는 경우, 장내에 미세한 출혈을 일으켜 되레 철분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어린이에게 우유는 하루 300~400㏄가 권장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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