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생각 멈추고 결정 미뤄라!
혼자 심호흡하며 안정 취하길…방송·인터넷 멀리하고 과잉보호 피해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광주대 김인곤 이사장…. 사회 명사(名士)들까지 잇따라 자살 풍조에 가세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어린 자녀를 동반한 일가족 자살, 뚜렷한 동기를 찾기 어려운 ‘이유 없는 살인’, 홧김에 불을 지르는 ‘묻지마 방화’ 등을 포함하면 정신과 의사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당사자들의 심각한 정신상태 외에도 사회ㆍ경제적 요인 등 복합적이고도 다양한 원인들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에 덧붙여 정신과 의사들은 우리 사회의 높아진 충동성을 주범(主犯)의 하나라고 분석한다. 한때의 분노ㆍ흥분ㆍ화를 참지 못하거나 순간적 충동에 자신을 내맡기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충동성이 사회 명사들에게까지 나타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충동성은 짧은 시간 내에 역동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사려성이 부족하며 즉흥적으로 빠르게 반응하는 성향을 지칭한다”고 말했다. 자살, 살인, 방화 등 각종 사건ㆍ사고의 당사자들은 우울, 좌절감, 심한 스트레스 외에도 결행 당시의 순간적 충동성을 자제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부모 양육태도가 큰 영향 끼쳐
요즘 들어 왜 이리 우리 사회에 충동성이 강해진 것일까. 정신과 의사들은 부모의 양육태도, 미디어ㆍ인터넷 문화, 사회적 요인 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한다.
부모의 양육태도와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양극화 현상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신체적 정서적 방임ㆍ학대, 그리고 과잉보호가 공존하는 것이 우리 사회 양육의 특징이다. 이 두 가지 양육방식은 각각 자녀의 내적 통제력 형성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혼가정 증가 등에 의한 자녀의 신체적 정서적 방임ㆍ학대는 인격적 미성숙, 충동적 행동 등의 성향을 가지게 만든다고 한다. 또 과잉보호 받는 아이들은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견디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송ㆍ영화ㆍ비디오 등 영상매체, 최근의 인터넷 문화도 인간의 충동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지적한다. 영상매체는 과다한 폭력물이 충동성을 유발하며 인터넷 문화도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말초적이고 순간적인 것을 추구하게 하는 등 많은 정서적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또 성장ㆍ발전만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특징 또한 충동적 행동을 조장하고 방임한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충동성이 강한 사람은 평상시 다음과 같은 행동적 특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첫째,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을 시작한다.
둘째, 어떤 일이든지 쉽게 몰두한다.
셋째, 한군데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다.
넷째,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한다.
다섯째, 한 가지 일이 채 끝나기 전에 다른 일에 착수한다.
여섯째, 이리저리 자주 옮겨다니며 사는 것이 좋다.
일곱째, 계획 없이 기분대로 물건을 산다.
여덟째,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
아홉째, 깊이 생각하던 일도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 때문에 크게 방해를 받는다.
열번째, 강의를 듣거나 대화를 할 때 안절부절못한다.
신 교수는 “이같은 행동들을 자주 보이는 사람은 결과 예측능력이 떨어져 눈앞의 일만 생각하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람이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면 비극적 행동을 결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중에는 도박광(狂), 방화광 등 반사회적 성격장애 환자가 있을 수 있고 우울증ㆍ뇌손상 등으로 인해 충동조절 기능이 현격히 떨어진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충동 성향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정신적으로 정상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는 “정신적으로 특별한 문제점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성격, 내향적인 성격인 사람이 이런 경향을 나타내기 쉽다”고 말했다. 또한 경희대 한방병원 화병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체질적으로 보면 성격상 집착력과 추진력이 강한 태음인이 상대적으로 이런 성향을 갖기 쉽다”고 말했다.
■명상이 감정 기복 조절엔 좋아
정신적으로 정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충동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충동성이나 분노, 흥분을 느낄 때에는 중요한 결정을 하지 말고 무조건 연기하라고 조언한다.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정신과 이상혁 교수는 “말 그대로 생각을 중단하기 위해 자신에게 ‘멈추자’고 외쳐보라. 그리고 한 발자국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라.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저 사람이 날 깔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충동적인 상황에서는 생각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경우 생각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혼자서 심(深)호흡을 하며 안정을 취하라고 권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가 도리어 감정 악화를 격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감정의 기복을 조절할 수 있는 훈련을 꾸준히 하라고 권한다. 이 교수는 “대표적으로 명상이 충동과 흥분 조절에 좋은 대처법이 될 수 있으며 평소 정서적으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는 대상을 만들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생각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기 주장을 분노나 화로 표출하지 말고 차분하고 정중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익혀 놓는 것도 충동성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카페인이나 알코올, 니코틴, 당분 등 자극성 성분을 삼가라고 정신과 의사들은 말한다. / 주간조선 1799호 게재
(김창기·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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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조선]순간적 충동을 다스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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