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26명 심리검사, 첫 의학적 진단--치료비 청구 근거 마련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 중 일부는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연세대 의대 의학행동과학연구소(소장 민병길 교수)에 따르면 이 연구소가 지난해 6∼8월 조사에 동의한 위안부 생존자 26명을 상대로 심리 검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위안부 생존자들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사례는 그동안 숱하게 보고됐지만 이들의 정신장애가 PTSD라고 의학적으로 진단되기는 처음이다.
이에 따라 위안부 보상 문제와 관련해 단순 위자료 외에 의학적 치료비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연구소 측은 "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 26명 중 8명(30.8%)은 PTSD 환자로 진단됐고 나머지 사람들 역시 모두 PTSD의 다양한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위안부 생존자들 전원은 외상과 관련된 사고나 느낌.대화를 피하려 했고 90% 이상에서 외상에 대한 반복적이고 고통스러운 회상, 외상에 대한 반복되는 꿈, 수면장애,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실, 외상의 연상물에 대한 과민한 반응 등을 보였다.
이들은 또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받을 경우 보통 사람들에 비해 분노를 잘 참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테면 일본 사람 얘기만 나와도 격한 감정 반응을 보인다거나 욕설을 하는식이다.
또 내면에 어떤 감정이 있는가를 검진하는 `로샤 검사'에서는 보통 꽃이나 나비등으로 보는 불규칙 무늬를 `여자 자궁을 잡아당기고 있는 짐승 같은 남자'나 `일본인이 처녀를 끌고 가는 것' `돼지 다루듯 사람을 나무에 묶고 고문하는 것' 등으로봤다.
연구소 측은 "이처럼 격렬하고 적나라하게 성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병적이고 왜곡된 성에 대한 경험 탓으로, 이들에게 내재된 분노감과 공격성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PTSD 환자들과 과거 PTSD를 앓았던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이나 사회적 능력, 지지 단체나 가족의 유무, 혼인.출산의 경험 등 사회인구적인 변수들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측은 이를 "위안부로서의 경험이 너무 심각해 다른 사회인구적인 차이를 압도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PTSD가 있는 생존자들은 그렇지 않은 생존자들보다 우울증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돼 성폭력 피해가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장기간에 걸쳐 우울증 등 기분장애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민병길 교수는 "이번 연구는 PTSD 개념에 따라 체계적으로 위안부 생존자들을 조사한 첫 사례"라며 "위안부들에게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가 제공돼야 하며 정치.사회적 보상뿐 아니라 의학적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어 "더 이상 늦기 전에 위안부 생존자들이 피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지금부터라도 현실에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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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日軍위안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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