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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문화]조용히 숨었다가 당신을 노린다 |
한국인에 많은 ‘자각증상 약한 질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병들중에도 자각증상이 약해서 초기에 병을 잡지 못하고 키우게 되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질병들을 보면 대부분 많은 이에게 익히 알려진 병들인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너무 천천히 나타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버리고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는 경우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발병률이 높은 이런 질환들을 중심으로 간과하기 쉬운 초기증상 및 대처법 등을 알아본다.
C형 간염
◈증상없이 간암 등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C형 간염〓 간염은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A, B, C, D, E로 나뉘지만 이중 우리나라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은 B와 C형 간염이다. 간염에 걸리면 피로 외에는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어 대개 만성으로 진행되기 쉽다.
특히 C형 간염의 경우 예방백신도 없는데다 아무 증상 없이 자신도 모르게 15~20 년씩 지내다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가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만성 C형 간염환자의 약 20%는 간경변으로 발전하고, 이중 매년 15%가 간암으로 진행된다. B형처럼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거나, 소독안된 주사나 침 등으로 전염된다.
빈도는 낮으나 섹스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C형 간염 검사가 실시되지 않던 1990년 이전에 수혈을 받은 적이 있거나 바이러스 보균자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 사람들은 C형 간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건강 검진 등에서 C형은 간수치가 정상이어도 감염된 경우가 있으므로 의심되는 사람은 추가적으로 PCR이란 혈액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페가시스 등 새로운 C형 간염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는 가운데 6개월~1년 정도 적용하면 치료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임균성 요도염
◈불임과 자궁외 임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임균성 요도염〓클라미디아란 박테리아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여성에게 가장 흔한 성병. 최근 개방된 성문화로 급증하고 있는 비임균성 요도염은 거의 무증상이 특징이다. 실제 감염 여성 4명중 3명에선 뚜렷한 염증 반응이나 증상이 없는데, 방치할 경우 남성에게도 감염시킬 수 있다. 문제는 클라미디아가 골반 내로 감염되면 불임과 함께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자궁외 임신 등의 후유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감염된 여성이 임신하게 되면 신생아 감염 가능성이 50%로, 그 결과 유산하거나 출산해도 신생아는 폐렴, 결막염 같은 합병증을 얻게 된다. 심한 경우 신생아의 사망,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아무리 증상이 없다 해도 예민하게 살펴보면 자각증상을 잡을 수 있다. 즉 배뇨시 불편감, 질 주변의 가려움증, 질 분비물이 증가되면 클라미디아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은 감염부위에서 채취된 가검물을 배양해 확인하거나 , 클라미디아 세균의 유전자를 이용, 검사하기도 한다. 특히 25세 이하의 성생활이 활발한 여성의 경우 클라미디아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는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등의 항생제가 효과적인데 이때 주의할 점은 증상이 없어도 처방받은 약물을 모두 복용해야 한다.
무증상 뇌경색·허혈발작
◈고혈압 환자면서 혈전이 의심되는 무증상 뇌경색증〓신촌세브란스 신경과 허지회 교수는 “50세이상 건강한 성인의 약 30%는 아무 증상이 없어도 뇌졸중의 위험인자인 무증상 뇌경색을 의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평소 호흡이 가쁘거나 단순히 건망증 외에도 기억력 판단력 사고력 등이 조금씩 떨어지는 경우 무증상 뇌경색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혈압이 있는 경우는 무증상 뇌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증상 뇌경색은 고혈압 등으로 뇌의 미세한 혈관들이 조금씩 막혀 경색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작은 경색들이 쌓여가며 증상을 나타내므로 본인이나 가족들이 알아차리기는 매우 힘들다. 발견될 정도면 이미 심각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특히 뇌 구조 중에 주요 신체기능을 맡지 않는 부분에 혈전이나 색전 등으로 뇌경색이 온 경우에는 자각이 더욱 어렵다.
무증상 뇌경색의 경우 심각한 뇌졸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10배나 높다. 또 뇌졸중 환자의 20∼40%는 일과성 허혈발작을 경험하는데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한쪽 팔다리의 마비, 얼굴과 손 등의 감각 둔화, 일시적 언어장애, 눈이 잘 보이지 않거나, 물체가 두개로 보이거나, 어지러운 느낌 등이다. 이런 증상은 대개 30분안에 사라져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람은 1년내에 뇌졸중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방을 위해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뇌졸중에 대한 정기검사를 통해 동맥경화, 당뇨, 음주, 흡연 등의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결핵
◈후진국병으로 무시하기 쉬운 폐결핵〓학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매년 202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막상 환자에 대한 규제가 없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폐결핵은 공기로 전염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기침, 재채기를 할 때 그 속의 결핵균들이 주위 사람의 호흡기내로 들어가 일어난다. 대화에서도 옮을 수 있어 환자와 가까운 사람이나 가족이 감염될 확률이 높다.
폐결핵에 걸리면 기침과 가래가 나오고 쉬 피곤하며 밤에 식은 땀이 나고 심하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당뇨, 간질환 등 면역이 떨어지는 만성질환자는 폐결핵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증상이 없어도 최소 1년에 한번은 가슴 X선 사진을 찍어야 한다.
자각증상이 없다곤 하지만 미열이나 권태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경미한 초기증상이 스치듯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잘 때 식은땀을 흘리는 증세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기침이나 가래, 각혈, 호흡곤란, 흉통 등의 증세를 보이면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신호이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은 몇 주 뒤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몇 달 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해 병을 알아채기 어렵다. 특히 폐결핵은 고령자, 극도의 과로, 장기간의 수면부족, 출산이나 수유, 당뇨병, 과음, 항암제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때 걸리기 쉽다. 예방을 위해 BCG 접종으로 면역을 키우고, 결핵환자와의 접촉을 삼간다. 환자의 경우 스트렙토마이신 등 결핵 치료제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치료할 수 있다.
김연수기자 whitewhite@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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