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되는 버릇，약이되는 습관―제3부]
식사 후에 더부룩한 속. 업무나 일상에 지장을 주기 마련이다. 혹시 위암이나 아닐까 더럭 겁이 나 위내시경 등 검진을 받아 봐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올 때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낭패감마저 든다. 소화가 잘 안되니 자연히 식욕이 떨어지고,이 때문에 에너지 공급이 잘 안되면 생활에 대한 의욕마저 바닥을 기기 일쑤. 의욕 저하는 다시 위 기능을 떨어뜨려 소화 불량의 악순환은 거듭된다.
최근 한 대학병원이 소화기내과 환자 1만4700명을 분석했더니 60%인 8827명이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로 판명됐다고 한다. ‘기능성 위장 장애’로도 불리는 이 질환은 위장에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위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각종 소화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체질적 혹은 심리적 소화불량’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또 흔히 위경련으로 불리는 ‘신경성 위장 장애’도 한국인의 ‘속 건강’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표적 위장병이다. 특정한 병은 없으면서도,한국인 위가 자꾸 불편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 4명중 1명 ‘소화 불량’=기능성 소화불량은 지금까지 질병의 변두리쯤에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딱히 ‘병’으로 불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통증이나 증상에 대한 개인의 느낌이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고,완치를 시킬 수 있는 치료제도 마땅치 않다.
일반적으로 최소 3개월 이상 윗배가 아프거나 소화 불량 등의 불쾌감이 지속될 경우,내시경 검사에서 다른 원인 질환이 없는데도 같은 증상이 계속될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된다.
또 같은 증상이 배변 후에도 줄어들지 않고,대변의 빈도나 형태 변화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 대장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복부 통증이나 불쾌감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 현재 기능성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국민 4명중 1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아 환자를 더욱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간다는 점. 전문가들은 위의 운동 장애가 생겼거나,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특정한 음식,약물 복용,과다한 흡연과 음주 등이 스트레스 등 정신 상태와 맞물리면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박동균 교수는 “위장은 자율 신경계에 의해서 움직이는데,각종 스트레스나 우울증,불안감 등 정서적 문제들이 신경계를 통해 위장에 전달,장애를 일으켜 소화 불량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에 자율 신경이 위를 압박해 위의 운동이 저하되고,위산 분비도 줄어드는 것이 그 예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 2.5배 많아=기능성 소화불량은 남성에 비해 성격이 세심하고 꼼꼼한 여성이 2.5배 더 많이 앓는다. 또 사회 활동이 많아 신경써야 할 것이 많은 젊은층에서 빈발하고,60대 이상에서는 적다.
흔히 생활 습관을 바로하면 기능성 소화 불량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지만 딱히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하지만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음식,정서적 사건이나 환경적 요인들을 찾아서 피하면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이나 알코올,카페인 음료는 삼가고,어떤 음식을 먹고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된다면 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식사를 할 때는 억지로라도 느긋하게 하는 습관을 들인다. 또 환자의 증상과 원인이 될 만한 인자들의 상관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식사 습관이 포함된 ‘증상 일지’를 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증상 일지는 최소 2∼3주동안 매일 증상의 발생 시간과 정도,그리고 연관된 요인을 기록해 모니터해 의사에게 보여주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
박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은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생활 속에서 습관을 조절하거나,조절이 불가능하다면 적응해 가는 쪽으로 치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일부 약제를 쓰기도 하지만 이는 단지 증상을 완화시키기만 할 뿐 근본적 치료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만 쓰면 속이 꼬인다?=때로 응급 상황을 유발하기도 하는 ‘신경성 위장 장애’는 발생 과정이 기능성 소화불량과 유사하다. 신경성 위장 장애는 흔히 ‘위경련’으로 불리기도 하는데,갑자기 ‘위장이 꼬인다’며 배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이들에게서 흔히 진단된다.
문제는 신경성 위장 장애에서 나타나는 윗배의 통증이 심근경색이나 급성 췌장염,위염 위궤양,위암 등과 증상이 비슷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갑자기 위의 경련 상태를 호소하는 사람에게는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필수다. 검사 결과 다른 원인 질병이 없을 경우 신경성 위장장애로 진단한다.
치료는 기능성 소화불량과 비슷한 경로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적당한 운동으로 자신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체가 피로 상태에 있을 때 재발이 잦기 때문이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이나,카페인,알코올 음료를 피하는 것도 기본.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제산제나 진정제 등의 약물이 도움될 수도 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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