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식습관과 생활양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심혈관질환(CVD) 사망자 수가 아시아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지 아시아판이 10일자 최신판에서 보도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오키나와이다. 생선과 쌀밥, 채소를 주식으로 하는 이 지역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지난 1976년 일본 최초의 맥도널드 매장이 들어서면서 이곳 주민들은 미국식 식습관에 깊이 길들었다.
그 결과 1990년대 들어서는 이 지역 남성의 기대수명이 전국 47개 현 중 26위로 뒤처졌고 20-60대 남성 중 47%는 현재 비만이다.
건강식 대신에 기름진 음식을 먹고 육체노동이 사무직으로, 조용한 시골이 번잡한 도시로 바뀌면서 심장병 환자도 늘어난다는 것은 통계가 증명한다.
지난 60년대 이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50% 이상 줄었지만 지금은 전세계 CVD 사망자 중 80%가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나온다.
지난 50년간 인도에서는 도시 주민의 관상동맥 질환율이 4%에서 11%로 늘어났으며 1988년부터 1996년 사이에 중국 도시지역에서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53.4%나 늘었다.
지난 주 미국 컬럼비아 대학 지구연구소는 개인과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없으면 심장질환이 아시아인들의 신체적.경제적 건강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전한 생활습관을 들이고 치료를 병행할 경우 심장질환의 위험은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는 최신 의학연구의 산물이 너무 값비싸고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며 남아시아 지역은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 이면 전세계 심장병 환자의 60%를 인도인이 차지할 전망이다. 인도의 또 다른 문제는 심장병 환자의 연령이 다른 지역보다 젊다는 것.
서구지역에서는 CVD로 사망하는 사람들중 22%가 70세 미만이지만 인도에서는 이 비율이 50%에 이른다.
남아시아 지역 주민들이 이처럼 심장병에 취약한 원인으로는 생활습관과 식습관, 급격한 도시화, 그리고 유전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신체운동을 극도로 꺼리는 생활습관에다 과거 서양인들이 즐기던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는 식습관, 여기에 여러 세대에 걸쳐 형성된 유전적 취약성까지 겹쳐 있는 것이다.
일부 의학 전문가들은 오랜 세월 식량부족이 일상화된 남아시아인들 특유의 `절약형 유전자'를 심장병 취약체질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루 한 끼만 먹거나 매 끼니의 양을 절반으로 줄여 먹던 습관으로 적게 먹고도 많은 에너지를 내던 체질에 기름진 음식을 마구 섭취함으로써 심장질환의 최대 요인인 복부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인도 이같은 변화에서 예외는 아니다.
중국인 남성과 여성의 비만율은 1980년대초부터 1990년대말까지 각각 137%와 95%가 늘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오는 2025년까지 남성의 37%, 여성의 40%가 과체중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흡연에 너그러운 분위기가 중국인들의 건강에 치명적 위험이 되고 있다. 흡연은 심장질환의 최고 원흉으로 의학계에서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연간 7만건의 심장 절개 수술이 행해지고 있지만 의사들은 이것이 실제 필요한 수술의 1-2%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광범위한 빈곤으로 인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심장 수술법과 줄기세포 이용법, 첨단 약물 등 심장병 치료법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이 국가적.세계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youngn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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