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피 시대 ‘성큼’
수혈이란 남의 피를 빌려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현대의술의 기초이며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반면 에이즈나 간염 등 심각한 질병을 옮기는 통로이기도 하다. 드물게 엉뚱한 혈액형의 피를 수혈하는 바람에 환자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헌혈의 급감으로 이런 수혈용 피 자체가 모자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문제를 모두 해결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의학계는 1950년대부터 수혈을 통한 감염 우려가 없고 혈액형에 상관없이 수혈이 가능한 ‘인공 혈액’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계속해 왔다. 최근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인공피 수혈시대 올까=사람의 혈액을 수혈하는 데는 몇가지 제약이 따른다. 우선,서로 혈액형이 다르면 수혈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둘째,사람의 혈액은 보존 가능한 기간(2∼6℃의 냉장고에서 최대 6주간)이 제한돼 있다. 그리고 에이즈,간염,매독 등의 질병이 전파될 위험이 있다. 이같은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인공 혈액이다.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한규섭 교수는 “이같은 제한이 없는 인공 혈액을 대량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희귀 혈액형이나 종교적 이유로 수혈 받지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혈구 대체물을 찾아라=인류의 인공 혈액에 대한 꿈은 1968년 적혈구내의 산소 운반체인 ‘헤모글로빈’이 밝혀진 후부터 시작됐다. 이후 수혈 과정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직후인 1987년부터 연구 개발이 본격화됐다.
이때부터 적혈구를 대신할 물질,즉 ‘인공 산소 운반체’ 개발에 세계 유수 생명공학회사들이 뛰어들었다. 이중 개발에 성공한 몇가지는 임상 시험이 진행중이고 일부는 상품화돼 있기도 하다.
한규섭 교수는 “우리나라서도 몇몇 생명공학자와 바이오벤처,국방부 등에서 인공 혈액에 대한 연구 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엄청난 자본과 기술을 요하는 만큼 아직 외국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 상황,군부대에서의 제한 사용=그렇다면 인공 혈액은 완전한 혈액 대체제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즉 혈액을 구성하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혈장 등 모든 성분을 대신할 인공 혈액의 개발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것. 대신 적혈구나 혈장 등 일부 성분의 기능을 할 물질 개발이 당분간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지적한다. 체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장은 포도당액이나 링거액 등 수액제제들이 이미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또 장기간 수혈을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는 인공혈액을 쓰기 어려우며,부작용 등 안전성에 대한 연구도 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일부 상품화된 인공혈액은 구급차나 전쟁터,군부대 등 응급 환경에 한정돼 일시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권석운 교수는 “언제 어떤 혈액형의 수혈이 갑자기 필요할지 예측할 수 없는 전쟁터나 교통사고 현장 등에는 항상 다양한 혈액형의 혈액을 비치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설사 준비한다 해도 사용치 않을 경우 다시 신선한 혈액으로 매번 교체해 주거나 폐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서 “인공 혈액은 보존 기간이 최소 1년이므로 환자를 대형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간동안 ‘산소 운반 능력’을 유지시켜 주는 정도로는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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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국민]감염위험·혈액병 구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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