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삼키듯…고통없이 소장검진
‘예민하고,더부룩한’ 한국인의 속을 달래기 위해 한국인에게 흔한 소화기병을 탐방한지 한 달이 지났다.
시리즈를 진행하며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던 공통된 조언은 ‘어떤 소화기병도 생활습관만 교정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생활습관 교정이 소화기병의 ‘발견이나 치료’에는 왕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화기병은 증상이 비슷해서 원인 질환의 경중을 따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건강한 소화기를 위한 생활습관 교정’이라는 항목 속에는 원인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즉 검진도 생활습관이 되어야 소화기 건강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것.
다양하게 발달된 소화기 내시경이 그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소화기 별로 유용한 내시경 검진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위장 내시경-위암 진단에서 수술까지 ‘위 파수꾼’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유독 높다. 때문에 위암의 조기 검진은 무엇보다 중요한데,이때 쓰이는 것이 위장 내시경이다.
약 50㎝의 긴 내시경을 입으로 넣어 식도와 위,십이지장의 일부를 관찰하는 위장 내시경 검진을 통해 위염과 위궤양,십이지장 궤양,위암 등 각종 위장 질환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 조기 위암일 경우 내시경을 이용해 암덩어리를 떼내는 수술로 90% 이상 완치도 가능하다.
위장병은 증상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 그 증상만으론 어떤 병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평소 배 위쪽이 자주 아프거나 신트림이 나고 속쓰림 등의 증상이 있다면 위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체중이 갑자기 줄거나 현기증이 날때,종종 검은색 변을 볼때,갑자기 피를 토할 때도 마찬가지.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특히 40세가 넘어가면 증상이 나타난 후 치료를 위해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보다 예방 차원에서 2년에 한번씩 검진을 정례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위장 내시경 검진을 위해선 검사 8시간 전부터 식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 보통 아침을 거르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대장 내시경-대장암의 씨앗 ‘대장 혹’ 바로 떼낸다
대장 내시경 검진은 l30∼150cm 가량의 긴 내시경을 항문을 통해 몸 속으로 집어넣고 대장(직장 및 결장)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육안으로 장 내부를 정밀하게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출혈 등의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조직 검사를 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대장 검사법인 대장 조영술보다 정확도에서 월등하다.
최근 대장 내시경 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보편화됨에 따라 대장암이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보통 ‘용종(폴립)’으로 불리는 대장 속의 ‘작은 혹’으로부터 시작된다. 용종은 대장암 원인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하지만 대장 내시경을 통해 일찍 발견하고,곧바로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대장 내시경 검사 도중 용종이 발견되면 즉시 없앨 수도 있다. 내시경 끝에 달린 올가미 모양의 고리를 걸어 용종을 잘라낸 뒤,전기로 지져 출혈을 막고 대장 점막이 잘 아물 수 있도록 한다.
현재 권장되는 대장 내시경 검사 주기는 50세 이상에서 5∼10년이다. 그러나 가족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용종이 발견된 적이 있다면 발병 위험이 높기 때문에 40세 이후부터 1∼2년 단위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성 다발성 용종 증후군’의 경우에는 대장암 발병 확률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암 유전자의 존재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받기 전 장세척액과 물을 함께 마셔 먼저 장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 또 검사 당일에는 음식을 먹을 수 없고 검사 후 식사가 가능하다. 검사 받기 2∼3일 전부터는 강한 색소가 있는 음식,깨나 고춧가루가 든 음식,작은 씨가 있는 과일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캡슐 내시경-고통없이 소장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장 출혈이나 궤양,크론병 등 소장 질환은 서구에서나 흔한 병이었다. 그러나 식생활의 변화로 최근 국내에서도 소장 질환이 늘고 있는 추세다.
소장은 길이가 6∼8m정도로 위장에 비해 매우 긴 편. 또 소화관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구불구불하기까지 해 위장 내시경으로는 소장 전체를 볼 수 없다. 길고 특수하게 만들어진 소장 내시경이 있으나 소장의 구석구석을 보려면 몸 속 깊이 넣어야 하고,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등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근래 국내에 속속 도입되고 있는 캡슐 내시경으로 인해 소장 검진이 보다 정확하고 쉬워졌다. 캡슐 내시경은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큰 알약 크기’의 캡슐을 물과 함께 삼키면 입에서부터 직장까지 음식물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각 소화기관의 이상 유무를 촬영하는 것이다. 촬영된 정보는 몸 밖에 있는 수신기에 전송된다. 한번 검사로 5만여장의 영상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캡슐은 약 24시간이 지나면 대변과 함께 몸밖으로 배출된다.
캡슐 내시경은 위장과 대장보다는 일반 내시경으로 검사하기 힘든 소장을 보기에 더 적합하다. 캡슐이 소화기관을 따라 내려가며 사진을 찍는 방식이라 위처럼 통이 큰 곳에서는 정확하게 찍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소장은 폭이 좁고 긴 터널의 형태라 캡슐 내시경 검진이 아주 적격이다.
캡슐을 삼킨 후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격렬한 운동이나 힘든 일 외에 걷거나 앉고,눕는 등의 일상 생활이 가능해 환자들의 선호도도 높다. 4시간 후에는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현진해 교수는 “캡슐 내시경을 사용하면 소장 질환의 65∼70%이상 식별할 수 있어 기존(10%)보다 7배이상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흠이라면 가격이 비싼 것. 따라서 전문가들은 위나 장에 문제가 있을 경우,기존의 내시경 검사를 먼저 하고,별 문제가 없다고 나왔는데도 계속 배꼽 주위에 통증이 느껴지는 등 이상이 지속되면 캡슐 내시경을 통해 꼭 소장 검진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
제 목 : [국민]‘내시경 검진법’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