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의 중요성을 소홀히 인식하여, 치아 한 개쯤이야 하는 생각에 치아가 썩거나 아프면 쉽게 뽑아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충치, 잇몸병 등에 의해 죽어가는 치아를 살리거나 평소 잘 관리해 사용하면 경제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치아를 빼게 되면 일반적으로 앞 뒤 두 개의 치아를 깎아 브릿지라는 보철물을 해 넣거나, 빠진 치아에 임프란트라고 하는 인공치아를 심게 된다. 보철물을 하는 경우는 3개 치아를 하는 비용이 들고, 임플란트는 보철물 보다도 훨씬 비싼 비용이 든다.
또 치아를 빼면 보철물을 해 넣기 위해 옆의 치아를 깍아내야 한다. 즉 다른 치아에 손상을 주어야 하고 오래 사용하다 보면 대부분 그 치아도 손상이 되어 빼야 하거나 치료를 받게 됨으로써 치아 건강을 해치게 된다. 안쪽 어금니인 경우에는 치아를 빼게 됨으로써 틀니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영구치를 빼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충치와 잇몸병(풍치 또는 치주염)으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치아보존 치료술이 발달해 예전에는 살리지 못했던 치아도 상당수 빼지 않고 살려 사용하고 있다. 제59회 구강보건주간(9~15일)을 맞아 서울대 치과병원의 도움말로 자기 치아를 잘 보존해 오랫동안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치아건강 정보들을 살펴본다.
■충치가 심해 뿌리만 남은 치아도 살릴 수 있나?
치아가 너무 심하게 썩으면 치아의 윗 부분이 다 썩어 버리고 뿌리만 남아 있게 된다. 살릴 수 없어 보이는 이런 경우일지라도 썩은 부위가 잇몸 속으로 아주 깊게 들어가지 않고, 치아를 지탱하는 뼈(치조골)의 상태가 좋으면 신경치료를 하고 포스트라고 하는 기둥을 세워 치아를 다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뿌리 끝에 염증이 심한 치아는 뽑아야 하나
치아가 많이 손상되었거나, 뿌리 끝에 염증이 심하여 소위 고름이 많이 나와 일반적인 충치치료나 신경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런 치아들도 최근에는 첨단 치아보존술을 이용해 상당수 살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수술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치근단 수술이라는 방법이 있다. 치아 뿌리 끝의 염증이 심하거나 신경치료가 불가능한 치아를 치료하는 방법의 하나다. 예전에 사용하던 치근단수술은 수술의 실패율이 높았고 주로 앞니에서만 사용하였고 어금니인 경우는 수술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수술현미경과 초음파기구 및 미세한 소기구를 사용하는 미세치근단 수술이 개발되어 치아의 어금니까지 수술이 가능하게 되어 많은 어금니를 뽑지 않고 살려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세치근단 수술의 장점은 적은 부위를 열어 치아 뿌리의 염증을 제거하는 데 있다. 환자의 뼈와 뿌리를 적게 제거하여도 되므로 환자의 수술 뒤 고통감소와 빠른 치유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술법은 여러 장비와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해 일부 대학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잇몸병이 심한 치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성인의 70% 이상이 잇몸병을 갖고 있고, 성인에 있어 치아를 잃게 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잇몸병 때문이라고 한다. 잇몸병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잇몸과 뼈에 생기는 염증이다.
잇몸병의 주요 원인은 식사후 치아와 잇몸 사이에 남는 음식물 찌꺼기를 양분으로 번식하는 무색의 끈적한 플라그라고 불리는 세균의 막인 ‘치태’다. 만약 이 막을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 침 안의 칼슘과 결합해 단단하고 표면이 거친 ‘치석’이 된다. 이밖에 이에 낀 음식물과 불량 보철물, 전신적인 질환 등도 잇몸병을 일으킨다.
잇몸병의 증상은 표와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까지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잇몸병은 서서히 치아를 지탱하고 있는 뼈(치조골)를 손상시켜 나중에는 치아가 흔들리며 빠지게 된다.
뿌리만 남아도 치료할 수 있어‥어금니 염증은 미세치근단 수술
치실·스케일링으로 치석 제거해 잇몸병 막고 치아 건강 유지
잇몸병은 초기에 방지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아무리 노력을 하여도 치아를 보존하기 어렵다. 물론 치주수술과 흡수된 뼈를 보충하거나 다시 재생을 유도하는 수술을 하여 치아를 보존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모든 경우에 다 시행할 수는 없다.
잇몸병은 예방하는게 최선이고 일단 발생한 뒤에는 치조골 파괴가 이상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치아를 오래 보존해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치아를 뽑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틀니를 하지 않고 건강하고 젊게 살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치과검진과 잇몸병 예방을 위한 치석제거, 충치와 잇몸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 올바른 칫솔질 등이 중요하다. 치실과 치간 칫솔 등을 이용해 음식물 찌꺼기와 치태를 깨끗이 제거하는 것도 좋다.
또한 충치나 잇몸병이 상당히 진행되었서도 치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치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예전처럼 단순히 치아가 심하게 아파서나, 잇몸에서 고름이 나오거나 부어서 치아를 빼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치아 뿌리 끝의 뼈 속에 염증이 심하더라도 잇몸을 유지하는 뼈만 충분히 있으면 빼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외형적으로 치아가 많이 썩었더라도 살릴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조건 치아를 뽑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 외상 등으로 인해 치아가 빠진 경우에도 다시 심어 치아를 사용하거나 일부러 치아를 뺀 후 치료하여 다시 이식을 시켜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일년에 한두차례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 치석을 제거하는게 중요하다. 매일 하는 칫솔질을 통해 치석이 자라는 것을 줄일 수는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 입 속은 복잡하기 때문에 치석을 완전히 제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잇몸병(풍치 또는 치주염) 증상들
-칫솔질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잇몸 색이 벌겋게 변하고, 부은 느낌이 들거나 건드리면 아프다.
-잇몸이 치아와 뜬 느낌이 든다.
-입냄새가 계속된다.
-치아와 잇몸 사이로 고름이 나온다.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씹을 때마다 치아 위치가 변하는 느낌이다.
-이 사이가 점점 벌어진다.
# 하나라도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치과의사와 상담하는게 좋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도움말=서울대 치과병원 치과보존과 이우철·조병훈 교수, 치주과 구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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